뒤가 싸늘하다. 육두문자가 들린다. 소대원 25명의 원망스러운 눈빛. 어설프게 배웠던 독도법(지도 읽는 법)과 실제는 달랐다. 힘들게 오른 산이었지만 정말로 그 산은 아니었다. 대신, 옆에 있는 다른 봉우리가 보였고 지도를 펼쳐보니 거기가 가야 할 곳이었다. (2009년의 회상)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판단은 길의 끝에서 할 수 있다.
끝에 무엇이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지금은 알 수 없다.
일단 올라라.
그리고 잘못 올라갔다면 내려가 다시 올라가라.
바로 그 시점에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 더 뚜렷하게 보일 수도 있다.
잘못된 산의 정상에서 보니 저쪽 봉우리가 더 잘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