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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각이 목에

빈곤 속 풍요: 그래도 체육교사다 싶다

by 서울체육샘 Mar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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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개학 2주 차


뭔 놈의 공문과 각종 계획서는 쏟아지고

확인할 것도

작성해야 할 것도

제출할 것도 쌓여있다.


매일 다 못하고 퇴근하는데

쳐내는 일보다 쏟아지는 일이 더 많다.


교육계획서는 다 써서 냈는데

양식이 바꼈단다.

이래서

‘학교 일은 먼저하면 손해’라는 띵언이 있는 것이다.


평가 계획은 제출하려고 보니 틀린 게 보인다.


고치다가 퇴근. 내일 합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날은 꽤 따뜻해져

퇴근길 버스에서 겉옷을 벗었다.

그런데 목에 호각이 걸려있다.

내 노란색 호각.


오늘 컴퓨터 화면과 출력 문서들 앞에서 느낀 공허함

그 빈곤을

잠시 잊고


불어서 충만했던 시간

그 풍요를

잠시 상기시켜준 건


오늘 내 목에 걸린 호각이다.


돌아보니 오늘 학생 L에게 이런 말도 들었다.


선생님 호각소리 오랜만에 들으니까

엄청 반가웠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2

목에 걸린 호각.

학생의 말.

이 두 가지가 섞여 나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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