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수업-해봐야지 압니다.
어디서든지, 리더를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 시절
운동부 주장을 맡고 얼마되지 않아
후배들 몇 명이 운동부를 나간다고
내게 통보를 한 일이 있었다.
계속 운동부를 해나갈 이유도 많겠으나
나갈 이유 또한
굳이 만들자면 얼마나 많았을까
조직이란 것이
흥할 때가 있으면 망할 때도
성할 때가 있으면 쇄할 때도 있는 법
떨어지는 건 낙하산이 없다고
쇠하던 운동부의 주장을 맡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할 도리를 다 한 것
버티니까 끝은 났던 주장 생활은
이제서야 돌아보면 삶의 자양분이다.
마음 고생 많이 했지.
그렇게 주장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학교스포츠클럽의 주장은 어떨까?
출전 선수 명단에 주장은 C(Captain)로 표시한다.
Captain은 라틴어 caput 머리(head)“라는 뜻으로
어떤 집단의 지도자를 말한다. 우두머리지.
일반적으로 뭐든 머리가 댕강 날아가면 끝 아니겠나.
그런 주장이 운동을 잘 해야하는 건 기본이다.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주장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경기장 밖에서도 연습을 빠지지 않는 성실함이 요구된다.
그리고
부원들과 친하게, 재밌게 잘 지내야지.
성실하기만 해서는 스포츠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대학 시절 운동을 한번도 빠지지 않았지만,
(내게 슈퍼파워가 있다면 그건 슈퍼 성실함…)
후배들과 밖에서 많이 어울리지 못한 것이
나의 주장 시절이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다.
관계가 원만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스포츠클럽 주장도
운동 능력, 성실함, 원만한 관계
이 3가지가 요구된다.
생각해보니
대학시절 나도 다 갖추지 못했던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하다니…
그래도 내심 내가 그시절 부족했던 것을
우리 주장에게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 같다.
원만한 관계
좀 지면 어떤가 즐겁게 운동하고, 시합하고
각자 사정이 있으니
되는 날, 되는 시간에 와서 연습하고
서로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으면서
결국 우리끼리 잘 지내다보면
성실해질 가능성도
운동 실력이 나아질 가능성도 올라간다.
관계가 깨지면 후일은 전혀 도모할 수 없다.
우리가 그저 잘 연결되어 있는 것만으로
뭔가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주장의 무게가 가볍지 않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
결국, 무게는 같이 짊어지는 것이다.
즉, 주장의 무게가 몇 그램(gram)이든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면(grab)
무게를 나눠가질 수 있다.
주장의 무게는 혼자일 때 가장 무겁고,
함께일 때 가장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