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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와이안 피자를 시켰는가?

취향 적응

by 서울체육샘

한평생 메뉴판 속 그 피자는 눈으로만 봐왔다.


가끔 타의에 의해 한입씩, 한조각씩 먹기는 했지.


피자에 파인애플 조각이 올라가있는

이 이상한 피자를

내 손으로는 절대 시킬 일 없다고 생각했다.


이 많은 종류의 피자 중에…


굳이?


나의 소울 푸드인 피자를 마치 모독하는 듯한 피자.


이 이상한 피자는 피자 위에 파인애플과 햄(또는 베이컨)을 올린 하와이안 피자(Hawaiian Pizza)다.


1962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출신의 그리스계 이민자 샘 파노폴로스(Sam Panopoulos)가 창시자로


음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중국 요리의 단짠 조합에서 영감을 받아, 피자에 통조림 파인애플을 얹어 판매한 게 시초다.


하와이안이라는 이름은 사용된 파인애플 통조림 브랜드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나와 하와이의 관계?


신혼 여행 이후

하와이와 인연은 거기까지가 끝이라 생각했다.


내 손으로 그 피자를 시키기 전까지는…

하와이안 피자. 파인애플이 듬뿍 올라가있다. 달기도 하고 짜기도 한 단짠의 조화(?)에 끌리는 중…

피자를 자주 먹는 편이라 세월에 힘에 이끌려 특이점이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굳이? 굳ㅇ? 굳…… 굿(Good)! 이런 느낌…


한 평생 아는 맛, 익숙한 맛을 찾다가 나도 모르게 한입씩 먹던 하와이안 피자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피자를 먹을 때에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기가

된 듯하다.

아직 전적으로 하와이안 피자를 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하프&하프. 치킨을 먹고 다시 피자집을 왔으니 이것도 어찌 하프&하프인가…

딸래미의 반응이 좋다.

네이티브 하와이안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내가 딸을 이렇게 만들다니…


역시 사람은 절대, 단연, 확실 등의 확언은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2017년, 아이슬란드 대통령 구드니 요하네손(Guðni Jóhannesson)은 “파인애플 피자를 금지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여론에 역풍을 맞았다.


후에 “맛은 자유의 문제”라며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해진다.


민초단 만큼이나 하와이안 취향을 가진 자들

또한 상당한 규모로 보인다.


내가 합류했으니, 한명 추가요!


1962년 파인애플이 치즈 위에 상륙하듯


하와이안 피자는 어느새 내 취향 위에 올라왔다.


정말로 취향 적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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