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리닝입고 출근 10년.

체육복과 운동화 이야기

by 서울체육샘

말끔한 세미 정장 스타일로 출퇴근을 했다.

그렇게 1년이나 버텼다.

말끔한 차림으로 와도 하루 일과가 시작되면 츄리닝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수업이 1교시면 출근을 하자마자 갈아 입어야한다.

1교시, 3교시, 4교시, 7교시.

때론 붙어서, 어느날은 퐁당퐁당.

수업 후 업무를 마무리하고 집에 갈랑 치면 학교에 남은 사람은 얼마 없었다.


아이고! 권선생은 체육복입고 출퇴근해서 좋겠어!

1년째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퇴근 하고 있는데요.


그 때 이후 츄리닝을 입고 출퇴근 하기로 했다.

대신 출퇴근용 츄리닝은 좀 다르다.

반팔이면 그래도 이왕이면 카라가 있는걸로. 색상은 너무 튀지않는 걸로. 대놓고 운동복 스타일의 츄리닝이 아닌 나름 깔끔한 일상복으로서의 츄리닝으로. 요즘 말로 '애슬래틱 (Atheletic)' 과 '레저 (Leisure)' 의 합성어인 '애슬레저 룩'이라고나 할까.

그래봤자 똑같은 츄리닝입니다요.

그렇다. 그렇지만 출퇴근용 츄리닝과 수업용 츄리닝은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수업용 츄리닝은 컬러가 좀 들어간다. 운동장과 체육관에서는 화려해야 제 맛.

대놓고 운동용 츄리닝을 입기도 하고 출퇴근용 츄리닝으로는 수명이 다한 친구들이 투입되기도 한다. 지도하는 종목에 맞는 츄리닝을 입을 때도 있다.


"오늘은 OO색을 입으셨네요", "오늘은 XX브랜드를 입으셨네요"

다양한 츄리닝이 요일마다 바뀌다보니 학생들이 제법 관심을 보일 때가 있다.

과도한 관심이 부른 아픈 기억도 있다.

한 번은 체육부실 옷장에 츄리닝과 신발을 도둑 맞았다. 누가 그렇게 대범한 짓을 했는지 끝내 밝히지는 못했다. 말끔한 출퇴근용 츄리닝과 운동화를 도둑맞아 가슴이 더 아팠다. 그 때부터 옷장을 잘 잠그고 다닌다.

늘 학생들 앞에 츄리닝 차림으로 서다보니 평상복을 입고 애들을 보는게 어색할 때도 생긴다.

아이들도 츄리닝을 벗은 모습에 신기해한다. 학부모 총회 나 축제, 입학식, 졸업식 등 같은 행사나 시험기간 때가 바로 그렇다. 평상복 차림을 별로 보여줄 일이 없으니 이 때는 나름 옷차림에 신경을 써서 출근한다. 츄리닝을 입지 않은 체육 선생님은 학교에서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특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평소와 다른 모습, 츄리닝을 벗은 모습이라는 것 때문이다.


여름철 학교에서는 종종 반바지 논쟁이 일고는 한다. 그 때 마다 관리자는 체육교사와는 다르다고 일반 선생님들을 달래고는 한다. 아직까지 학교에서 반바지는 체육교사에게만 허락된 옷인 것이다. 물론 과도하게 짧으면 부담스러우니 나는 여름철 7부 팬츠를 입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조금 확장시켜 운동화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요즘은 일반 직장인들도 구두를 칼 같이 신고 출근하기 보다는 예전보다 운동화를 많이 착용하는 것 같다. 직장인들 중 체육 선생님에게 운동화는 조금 더 특별한 것 같다.

운동화는 운동장용 운동화, 체육관용 운동화. 출퇴근용 운동화가 구분되어있다.

운동장은 모래 아님 인조잔디인데 바닥 재질에 따라 운동화가 많이 더러워진다. 운동장에서 신던 신발을 체육관에서 바로 신으면 모래가 떨어지거나 바닥이 더러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둘은 구분되어야 한다.

운동장에서는 오염에 강한 신발이나 잔스파이크의 풋살화, 출퇴근용 운동화로써 수명이 다한 운동화, 운동용 운동화로 수명이 다한 운동화를 주로 신게된다.

체육관에서는 농구화, 배구화, 배드민턴화 등 실내용 운동화를 신는다. 운동장 처럼 신발이 많이 더러워지지는 않지만 운동 시에 신는 A급 실내화를 신지는 않는다. 역시 출퇴근용 신발에서 강등된 운동화를 신거나 실내 운동을 할 때 애용하다가 은퇴한 친구들을 투입한다.


이건 나의 경우지만 이러한 체육 선생님들의 옷차림 패턴을 연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차이는 있을지 언정 나와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일정한 경향성이 있는 하나의 의복 문화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날 일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끔한 평상복 차림으로 갈아입고 출퇴근을 하는 체육 선생님도 은근 계신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어쨌든 나는 편하게 입는 걸로!

앞으로의 10년, 20년도 잘 부탁한다. 나의 츄리닝과 운동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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