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연구자 되기

대혼란의 첫 인터뷰

by 서울체육샘

논문에 논자도 잘 모르는데 학술지 논문을 하나쓰겠다고 주제를 정하고 서론과 연구방법 등을 끄적였다. 적절한 연구 참여자도 구해서 연구에 대한 설명과 동의를 받았다. 나름 모바일 폼을 활용하여 그럴싸하게 페이지를 만들어서 링크를 보냈고 질문지도 몇날 몇일을 고민하여 작성해서 미리 보내줬다.

첫 인터뷰 상대는 대학교 후배였는데 십몇년만에 연락을 해서 인터뷰 일정을 조율했다. 그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인터뷰를 할 생각이었지만 학교에서의 인터뷰는 원하지 않는 눈치였고 그래서 학교 인근 까페에서 보기로 했다.

인터뷰 당일이 되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십몇년만에 후배를 보는데 까페에서 다짜고짜 초보 연구자 주제에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질문 세례를 퍼붙고 녹음을 하고 메모를 하자니 영 내키지가 않았다. 우선 대략 14년의 세월을 뛰어넘을 적절한 대화가 필요했고 밥 시간이 애매하게 겹쳐서 인터뷰를 요청한 선배로서 밥도 사줘야 할 것 같고 술도 한잔은 사줘야 할 것 같앴다.

나름 여지껏 열심히 찾고 읽었던 논문들에는 밥먹고 술먹으면서 인터뷰했다는 내용은 없었는데 어쩌죠.

테블릿 피씨에 대화내용을 AI가 글로 옮겨준다는 최신 앱을 활용하여 녹음을 하려고 했지만 와이파이 연결이 시원찮았던 밖의 상황에서 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녹음 예행 연습을 했던 조용한 집의 상황과는 달리 시끌벅적한 밖의 상황도 적잖케 당황스러웠다. 녹음 버튼을 누르는거 자체도 어색했다. 안부 이야기를 끝없이 업데이트하며 어느 타이밍에 본격적인 주제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막막했다. 선배도 막막한데 연구를 돕겠다고 불쑥 나온 후배도 이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경험을 이야기해달라는데 자기 이야기가 연구에 도움이 되는지 확신없는 눈초리였다. 무슨 까페냐 맥주로 돌파구를 찾아보자. 알콜에 힘을 조금 빌리면 대화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여 맥주집을 갔다. 둘은 연거푸 맥주을 마셨다. 그제사 준비한 질문들을 하나둘씩 하고 이야기를 듣는데 하다보니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졌다. 그때마다 녹음버튼을 껐다가 주제로 돌아왔을 때 다시 버튼을 켰다. 테이블에 놓인 테블릿 피씨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시키는 안주와 맥주잔은 늘어만 갔고 사적 대화와 연구 대화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4시간이라는 짧지않았던 시간 덕에 준비한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제법 들을 수 있었지만 술값은 꽤 나왔다. 오랜만에 본 후배에게 이정도는 해줘야한다는 생각에 아깝지는 않았지만 매번 인터뷰 할 때마다 이런식이면 곤란할꺼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녹음은 말소리는 들릴 정도로 된 것 같았고 집에 와서 녹음 파일을 글로 변환해보았는데 기대보다 정확하게 변환되지는 않았다. 녹음파일을 다시 들으며 꽤 많이 수정을 해야할 것 같았다. 글로 변환된 양도 상당했다. 이걸 다 어떻게 정리할지 막막함이 밀려왔다. 정리한 메모와 함께 우선 저장을 해두고 발을 동동 굴려보기로 했다. 계획대로 생각대로 되지않았던...첫 대혼란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질적 연구자 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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