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멈추어진 부끄러움'과 '가버리는 당당함'.
어느 황단보도 이야기
by
서울체육샘
Oct 6. 2022
사람들이 일제히 길을 건넌다.
나도 발걸을을 떼어본다.
한두사람이 아니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녹색불이란 것을.
자동차들은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가지런히 정렬해 멈추어 있었다.
반정도 건넜는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빨간불이었다. 자동차들은 경적은 커녕 미동 조차하지 않았다. 그리고 30초 정도 지났을까 횡단보도 신호등은 그제서야 초록불로 바뀌었다.
상황적 맥락은 이렇다.
그곳은 출퇴근 차량과 사람이 붐비는 큰 사거리 근처 버스 정류장 앞 횡단보도이다.
차량이 늘 정체되다보니 횡단보도 근처에서 앞차 뒤에 바싹 붙어가면 불편한 상황이 생겼겠지.
운전자들은 녹색불이 켜졌을 때 횡단보도 가운데 서있는 자신들을 발견
했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녹색불에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길을 건너는 광경을 마주했을 것이다.
운전자들에게 그것은 멈추어진 부끄러움
이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시간 그 신호에 차량들은 우선 정지선에 정렬해있다. 바쁜 보행자들은 그틈을 타 무단횡단을 한다. 그토록
대규모의 무단횡단은 본적이 없다.
그냥 가버리면 당당해졌다. 무단횡단을 하라고 멈추어 선 차량들이 아니다.
부끄러움이 멈춰선 것은 차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keyword
공감에세이
에세이
양심선언
12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서울체육샘
직업
에세이스트
Unpack, 교사 셋 파견행
저자
호각 소리와 땀이 어우러지는 예술, 체육교육. 체육에 대한 꿈을 운동장에서 빚어 바로 여기, 글로 내놓습니다.
팔로워
71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스포츠 멘탈 관리
남자 화장실 청소는 여자가 합니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