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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언니 Jul 13. 2023

노력을 운으로 폄하하는 작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너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찾아오는 완전한 우연이란 없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최소한 로또를 사는 노력을 했던 것처럼 ‘당첨’이라는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로또 구매’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에게는 60대 중반의 아주 해맑고 성공한 고모가 있는데 우리가 어려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을 해주던 고모가 내가 결혼한다고 이야기하니 나보고 운이 좋다고 하더라. 고모가 보기에 내 수준보다 높은 상대와 결혼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아무 배경도 없던 내가 나름 좋은 배경을 이미 갖고 있던 남편과 결혼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고모에게도 나보다 조금 어린 결혼 적령기의 딸이 있어 결혼에 관심이 많았는데 ‘운 좋은 결혼’을 했다고 하는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방법을 물어보지 않았다. 고모에게 고마운 마음을 평소에 갖고 있어서 ‘어떤 생각으로 결혼에 접근했고, 무엇을 전략적으로 공략했는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그녀가 나에게 방법을 물어보지를 않았다.


그냥 ‘운’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피곤하게도 미래지향적이고 계획적인 J형 인간이라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바닥부터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해야 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작은 일부터 다져 놓는 것이다. 아무래도 어릴 때 가정환경이 불안했던 탓에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 일상이 되어 무의식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목표를 향해 우회적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도 시도해 보곤 했다. 이런 것들이 계속되다 보니 남들 눈에는 산발적인 일을 벌이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고모는 나를 충동적인 사람으로 평가한다.




사람이란 경험을 통해 판단 기준을 쌓아 가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판단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모가 다른 경험을 쌓으며 발달시킨 판단 기준으로 나를 충동적이라고 판단했듯이 나와 동일한 삶의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내가 했던 일들이 산발적이고 관계없이 보였을 것이고 충분한 고민이나 사전 조사 없이 선택한다고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개인이 경험한 만큼,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아는 것이 많아야 주변의 예시를 보며 느끼는 것도 많고 판단 기준이 넓어 같은 것을 보더라도 폭넓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00 눈에는 00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개인의 경험이 거기까지 이기 때문에 그 시점의 행위를 넘어서는 계획이나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 행위가 당장의 목적과 연관성이 떨어지면 상대를 평가 절하하며 그가 하는 모든 노력들이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먼 훗날 그가 이루어 낸 성취를 ‘운’으로 치부해 버린다. 중간 과정에서 성취의 기반을 다져 준 많은 노력들은 평가 대상에서 빠진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사람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얻는 인사이트가 적고 이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서로의 역량과 성취의 차이는 벌어진다.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한두 번의 시도만에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과를 얻기 위해 방향성이 있는 수많은 시도들을 해야 하고 그것들이 성취의 원인으로 쌓이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은 행위들을 합쳐 원하는 결과를 낳는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많은 행위들은 사실 성취의 징검다리들이고 점묘화에서 작은 점들이 모여 그림을 이루어 내듯 멀리서 보았을 때 하나의 그림, 즉 원하는 성취에 도달하는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보통 결과만 생각하고 과정의 중요성은 간과한다. 누군가에게 ‘운이 참 좋은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신 마음속에 ‘이건 운이 아니고 나의 노력이다.’라는 설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과감히 입을 다물 것을 추천한다. 당신과 그는 경험의 깊이와 범위가 다르고 거기서 오는 인사이트는 잠깐의 설명만으로는 메꿔질 수 없다.


그냥 당신이 ‘목표를 위해 올바른 길을 가고 있구나’라는 방증으로 생각하며 하던 것을 계속 열심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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