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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언니 Jul 25. 2023

[현실판] 결혼으로 인생역전

달동네에서 강남까지


Episode 19.




이언니의 그 남자 - 1


언니는 많은 소개팅을 끝으로 일반직장인과 결혼했어. 일반직장인은 말 그대로 특수한 직종이 아닌 이상 비슷한 사무직 환경에서 다양한 업무를 하다보니 금융권이나 연구원처럼 특별한 직종별 특성은 설명하기 힘든 것 같아. 회계 등 숫자를 다루는 쪽은 아무래도 꼼꼼함이 더해질 것 같다 정도의 코멘트만 가능할 뿐. 아무튼 나는 몇 몇의 증권사와 은행, 회계사 등 금융권 상대를 만나본 후 스스로 감당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추가적으로 연구직까지 몇 분 소개받아 보고 맞이한 평범한 직종의 일반 직장인과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한 사이가 되었어.




지금부터는 언니가 왜 지금의 남편이 된 평범한 직장인을 배우자로 선택했는지 알려줄께.


당시 언니는 결정사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주 2회 정도 꾸준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판단 세포가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였어. 몇 번 대화를 해보면 대략적으로 상대의 성향에 대한 파악이 되던 시기였지.


내가 좋아하는 하얀 피부의 복숭아 동자상을 하고 있던 남편은 얌전한 직장인 같은 인상을 풍기며 첫만남에 10분 정도 늦어버린 예의없는 나를  미리 준비해 온 주식 책을 보며 기다리고 있더라고.


미안하다고 싹싹 비는 나의 사과를 불쾌한 기색없이 받으며 책을 정리하는 모습이 여유롭고 편안한 성향의 사람인 것 같았어. 사실 고스펙의 상대들은 정말 리더십있고 꼼꼼하며 자기관리까지 철저해서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단한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그 기준을 맞추며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있던 차에 만난 남편은 정말 편안한 사람이었어.


당연한 과정이지만 배우자로서 내가 자질을 제대로 갖췄는지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여유가 느껴졌고 내가 맞추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인상을 주었지. 그리고 대화를 해보면 해볼수록 결혼을 하더라도 억지로 시간을 맞춰가며 모든 것을 함께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독립적인 나의 성향과 맞더라고. 게다가 내가 만화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니 바로 주변 지도를 검색하며 만화카페로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는데 취향도 맞고 행동력까지 있어서 왠지 ‘이 사람이다’하는 느낌이 왔어.




만남을 이어가며 언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경제관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무릎을 탁 치게하는 대담이 오갔어. 금융권의 자산운용 매니저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삶의 전반적인 경제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당시 공기업의 보험 업무 쪽을 담당하던 남편은 일도 열심히 하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었지.


그는 나에게 평소 막연하게만 다가오던 삶의 시기에 따른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어. 직장인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부터 각 시기에 따른 금융 계획, 위기가 왔을 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 장치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 그 사람이 얼마나 폭 넓게 생각해 보았는지 알 수 있었지.


지금까지의 소개팅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신선하고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이야기였고 나에게 배우자로서 믿음을 주는 설득이었지. 50대면 정년퇴직을 하고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모두에게 해당되는 현실적인 고민이야. 회사가 다가 아닌 회사 넘어서의 삶까지 책임질 수 있는 내 인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어지는 Episode를 통해 더 자세하게 언니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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