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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언니 Jul 04. 2023

[현실판] 결혼으로 인생역전

달동네에서 강남까지


Episode 4.



Episode 3의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약간 파악될 거야. 그럼 이제부터 너와 나의 니즈가 어떻게 다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같은 질문에 답해볼게.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정답은 없어. 이건 단지 스스로를 좀 더 알아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일 뿐이야.


|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야.


운전하다 접촉사고가 났는데 상대방도 나도 다친 데가 전혀 없다면 나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가족이나 남자친구보다는 보험사나 경찰서 등 지금 당장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할 거야. 나는 감성적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 말로 위안을 준 들, 당장의 상황개선에 도움이 안 되면 굳이 필요하지 않거든.


예를 들어, 업무 때문에 이동이 불편한 곳에서 짐을 가지고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가정해 보자.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어서 미리 와 있다면 모를까 기다려야 한다면 나는 택시를 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설사, 회사동료의 남편이 얘기도 없이 차로 동료만 데리러 오는 부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그다지 서운하지는 않을 거 같아. 내가 움직이든 남편이 데리러 오든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는 게 중요하거든.



| 나는 정말 독립적인 편이야.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지 않는 스타일이야. 혼자서도 재밌게 잘 놀기 때문에 꼭 누군가가 곁에 있을 필요는 없어서 지나가는 인연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사람은 본인이 필요하면 연락하지 말라고 해도 해. 그래서 내가 필요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이상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알아서 연락을 할 거야.


그리고 회사도 마찬가지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란, 전문적인 분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나누는 시스템의 산물이지. 회사가 나를 고용한 것은 조직에 필요한 나의 전문성을 서류와 면접을 통해 인정했기 때문이고, 상대가 임원이든, 상사든, 부하직원이든 상관없이 회사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했을 거야.


스스로가 독립적인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고유한 독립성의 유지’를 중요한 가치로 보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이런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면 퇴사나 이직을 고려할 거야. 다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일인데 ‘나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까지 안 맞는 회사에 있을 필요는 없거든. 세상에는 많은 회사가 있고 그중에는 분명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 이거는 내 성향이기 때문에 네가 다른 답을 했다고 하더라도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야. 단지 스스로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고 내가 사회적 혹은 독립적인 상대를 만나야 행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생각해 보는 거지.     


| 나는 배우자의 경제력과 경제관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


어린 시절 경제적인 문제로 너무 많이 시달렸었고 아빠의 경제관념이 아무리 어려움을 많이 겪어도 발전하지 않는 걸 보면서 경제력과 경제관념이 나에게 있어서 배우자를 고르는데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놓이게 되었어. 또 한 때 투잡 쓰리잡을 하며 불안정한 수입이 많았던 적도 있었는데 미래를 계획할 수 없으니 돈이 제대로 모이질 않더라고. 그래서 경제적인 안정성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도 주말 새벽마다 일어나 수제 도시락 4개를 기약 없이 싸야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할 것 같아. 세상에 공짜 없다는 말 알지?!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건 좋은 조건이고 결혼 후 나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지만 반 강제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얼마나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자신이 없네. 그는 일종의 내조를 잘할 수 있는 배우자가 필요한 것 같은데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닌 걸 스스로 알고 있거든. 억지로 맞추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거고 결혼 후 상대가 자신이 예상했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갈등의 요소가 될 거야. 결혼은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내가 얘기하는 경제력과 경제관념이 있는 배우자는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쓸데없는데 돈을 낭비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모아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은 미래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냐를 이야기하는 거야. 요즘 세대들은 부모님 세대보다 소비지향적이어서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저축을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 이런 경우 상대의 월 수입이 영원히 1,000만 원 이상 일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차라리 적은 돈으로 아껴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도 계속 커리어를 쌓으며 수입을 창출할 거라  고수익에 집안일을 전적으로 내가 도맡는 상황이라면 나는 인연 자체를 사양하겠어. 분명 집안일과 내조가 적성에 맞는 언니들도 있을 거야. 그거는 본인의 성향이고 취향이므로 자신에게 맞게 상대를 고르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월에 수 억을 벌어도 경제관념이 잘못되면 다 의미 없다. 상대의 경제력을 조건으로 거는 건 현재와 미래에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려는 목적을 가지잖아. 지금 해외여행 다니다 미래에 쪽방촌에 산다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니?!  


| 나는 미래지향적인 성향이고 언젠가는 꼭 잘 살 것이기  때문에 나중을 생각하며 현재를 참아낼 수 있어.


이 질문은 상대의 경제력에 대한 질문과 일맥상통해. 내가 미래지향적이어서 불확실한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두고 그래서 당장 상대가 버는 금액이 적더라도 계획적인 사람이라면 경제 공부를 통한 투자 등으로 보완가능하다고 생각해. 요즘 10억은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금액이 아닌데 1년에 5,000만 원씩 20년을 모아야 현금으로 10억을 모을 수 있다.


월급쟁이 연봉이 5,700만 원은 돼야 월 400만 원의 실수령액이 들어오는데 1년에 5,000만 원의 돈을 모으려면 매월 약 417만 원을 저축해야 해. 물론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월급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겠지?! 지금 당장 많이 버는 것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며 꾸준한 절약과 공부로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을 나는 선호해.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관리받은 뺀질한 얼굴에 명품백을 들고 나온다면 솔직히 부러운 마음도 들겠지만 아마 걱정스러울 것 같아. ‘저렇게 하루살이처럼 살아서 나중에 어쩌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피부관리나 여행은 돈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


내가 나중을 위해 절약하려고 안 하기로 선택한 거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 현재를 즐기는 것도 틀린 답은 아니지만 만약 네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기로 결정했고 친구가 그런 너의 결심을 흔드는 요소가 된다면 과감히 친구를 만나는 횟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너의 미래를 책임지는 건 너와 너의 배우자니까.


| 나는 엄청 매니아적이야.


나는 사실 친구 자체가 많지 않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게 오히려 쉬웠어. 왜냐하면 내가 특이한 편이라 나랑 맞는 취향의 상대로 범위를 줄일 수 있잖아.


 나는 만화책이나 영화, 소설책 같이 스토리를 보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 특히, SF 장르를 좋아해. 그래서 재밌게 서로 이야기를 하려면 상대도 그런 스토리를 즐기고 좋아해야 하고 상상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대답을 할 수 있어야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거야.


반면 네가 대중적이라면 그 또한 장점이 될 수 있어.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넓다는  이야기이거든. 광범위한 것에 흥미를 느끼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거야. 네가 얼마나 대중적인가를 확인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상대를 찾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야.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보는 것이 너와 재미있는 결혼 생활을 할 배우자를 찾는데 유리한지, 범위를 좁혀 깊게 보는 것이 유리한지.


| 나는 보편적인 잘생겼다고 하는 외모보다는 나만의 취향이 있어. 그리고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라 외모보다는 얼마나 나와 성격이 잘 맞는지가 중요하더라고.


사람들은 모두 잘생기고 매력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근데 잘생김과 매력은 주관의 영역이어서 네가 어제까지 몰랐던 상대의 내적인 영역에서 마음에 드는 매력을 발견한다면 같은 상대에게서도 어느 순간 갑자기 잘생김을 발견할 수 있어. 그래서 잘생김을 찾기보다는 네가 호감을 느끼는 외적 뉘앙스를 확인해 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  


훈남의 대표주자인 박서준이 잘생기고 매력적인 걸 나도 알거든. 그렇지만 박서준과 복숭아 동자 같은 내 남편 중에 결혼할 남자를 고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남편을 고를 것 같아. 거짓말이 아니라 사람의 취향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거야. 우리는 각종 미디어에서 어떻게 생겨야 잘생기고 예쁜 건지 끊임없이 학습당하지만 DNA 깊숙이 무의식의 영역에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분명 잘생기지 않았는데 왠지 설명할 수 없이 정이 가는 것 있잖아.


그의 내적인 매력을 발견해서 일수도 있지만 처음 볼 때부터 알게 모르게 호감 가서 갑자기 말 시켜도 대답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면 너도 모르는 DNA의 영역에서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거야. 그래서 소개팅이든 동호회든 일단 사람을 많이 보고 경험으로 확인하라는 거지. TV에서는 그냥 잘생긴 사람만 보여주잖아. 그거 말고 네가 진짜 호감 가는 사람을 찾아. 이건 어디 쓰여있는 게 아니라 많이 경험해 보고 느껴야 찾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만 해도 배우자에 대한 외적 기준을 결혼을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많이 만나보기 전에는 몰랐거든. 그래서 남자친구 혹은 같이 있는 누군가가 외모로 몇 %가 되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사실 객관적으로 잘 생긴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단, 내 눈에 밖에 데리고 다니기 부끄럽거나 외모 때문에 불편했던 적은 없었어. 확실히 나는 외모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은 편이야. 물론, 너는 높을 수도 있지. 그럼 그에 맞춰서 상대를 찾으면 돼.      


스스로 질문에 답해보고 나의 답과 비교해 보니 자신에 대해 전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니?! 너의 니즈(수요)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네가 결혼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자기 객관화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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