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
중국에 있을 때다.
맛있게 먹다가 잘게 잘려 숨어 있는 고수가 씹히면 입 안에 퍼진 맛에 다음 젓가락질을 주저한다.
마늘이 안 들어간 한국 음식을 찾기 힘들 만큼 많은 중국 요리에 고수가 들어가 있다.
눈에 보이는 혐오 음식이라면 피할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것들 때문에 멀리하게 된다.
혼자 먹으면 안 넣으면 그만인데 여럿이 함께 먹을 때는 선택권이 없기에 젓가락으로 남몰래 골라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고수가 맛있게 느껴지면 중국을 떠날 때가 되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런 게 있다.
김장을 끝내고 나서 저녁에 올라온 김치를 맛있게 먹다가 덜 익은 "생강"이 씹히면 입맛이 달아난다.
백숙 죽에 섞여 있는 미끄덩한 마늘도 그중 하나다.
살다 보면 고수나 생각처럼 발짝 하는 것들이 있다.
남들이 잘 내지 않는 삑사리라도 내면 "새가슴"이라고 놀림을 당한다.
그 소리에 발짝 해서 앞 뒤 가리지 않고 "Go"를 외치는 순간 피박에 광박이 기다리고 있다.
끝이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발짝 버튼을 누르고 만다.
어려서야 누가 뭐라고 해도 잃을 것도 없고 회복력이 좋아서 큰 타격감이 없다.
웬만하면 그냥 넘겨도 될 만큼 지킬 자존감이 높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넘을 수 있는 높이여서 가족만 건드리지 않으면 "그러든지 말든지!" 하고 무시할 수 있었다.
요즘 "긁힌다"는 말이 유행이다.
야구 경기에서 투수 공이 유독 좋은 날 "오늘 긁히는 날"이라며 좋은 뜻으로 말한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긁힌다"는 완전히 뜻이 다르다.
타인이 던진 말에 발짝 버튼이 눌리면 "긁혔다"라고 한다.
자존심에 타격을 받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어 본능적으로 반응할 때 쓰는 말이다.
긁히는 것들은 일생과 궤를 같이 한다.
어려서야 긁혀도 생채기로 정도로 끝났다.
빨간 약을 바르거나 한창 때라면 침만 묻히면 되었다.
누군가 긁으면 스스로 마조히스트가 되어 더 긁어 환부를 도려내도 새살이 돋아난다.
에이징 커브와 동시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발짝 버튼이 자누 눌려진다.
면역력을 키운다고 영양제를 먹어보지만 쇠약한 몸에 약발이 먹히질 않는다.
나이는 확실히 숫자다.
숫자만큼 긁히는 것들이 많이 쌓였다.
작은 것에도 타격감이 커서 일어나는데 한참이 걸린다.
약의 효능은 좋아졌는데 약발은 얼마 못 간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차원적인 것에도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발짝 버튼을 누른다.
타인은 의도가 없었는데 괜히 가렵다.
이열치열로 한 여름에 더운물에 몸을 담근다.
이태리 타올로 박박 문질로 본다.
"나이 들면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어른들은 이야기했다.
오늘 여자에게 잘하기로 맘을 새로 잡아 본다.
남자는 혼인서약을 지킨다.
여자는 오늘 손에 물을 묻히지 않을 것이다.
2025.06.20 Dulggan Jamgg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