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역류
애마가 좀 힘이 딸린다.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도 말을 잘 안 듣는다.
오래 탄 것도 아닌데 벌써 탈이 나면 안되는데 ... ...
휘발유를 새로 넣었더니 힘이 좀 생긴 것 같다.
가속 페달에 애마가 반응을 한다.
역시 채찍보다는 당근이 약발이 받는다.
다만 약발이 오래가지 않는다.
며칠 잘 달리더니 다시 그대로다.
혹시나 해서 엔진오일을 갈아본다.
약발이 제대로 받았는데 약기운도 오래간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애마는 잘 달린다.
세상이 그렇고 몸도 그렇다.
평소에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무리가 안 따른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했다.
채워서 안되면 고쳐야 하고 고쳐서 안되면 갈아야 한다.
더 이상 채울 수도 없는 꽉 찬 배속에 처넣어봐야 풍선효과로 배만 밖으로 불뚝 밀어낸다.
있는 것을 빼도 모자랄 판에 지방덩어리가 똬리 위에 새로운 똬리를 튼다.
책꽂이에 쌓여만 가는 장식용 책들처럼
플레이어도 없어 듣지도 못하는데 아깝다고 보관하고 있는 LP나 CD들처럼
못쓰는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데 묶은 앨범처럼 쌓여만 간다.
13층 석탑보다 높이 쌓여진 몸뚱아리는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아니라 일보 후퇴만 계속된다.
치고 나가는 오늘을 따라가려면 날렵해야 하는데 누워있는 것에 편함을 느낀다.
무거워진 머리를 버티지 못하고 고개가 떨궈진다.
벼는 익어서 고개를 숙이는데
곧게 들어야 할 머리는 쓰지도 못할 것들로 채워져 자꾸 고꾸라진다.
졸린 머리는 시대를 읽지 못하고 잠에 취하려 한다.
비워야 하는데 만성 변비에 시달리는 머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비워지기 무섭게 짧은 가십거리를 먹어치우고는 거식증 환자처럼 토해낸다.
비게덩어리로 가득 채워진 배는 허기를 참지 못하고 검색 하나로 머리를 채운다.
그렇게 뇌마저 고도비만에 시달린다.
깊게 우려낸 새로움에 허기를 느끼지 못한다.
오늘은 뚤어뻥이라도 뿌려서 막힌 혈을 뚤어봐야겠다.
새로움에 입맛을 다시며 허기를 채워보는 꿈을 꾼다.
2025.08.29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