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땡기는 날]

짜디 짠 인생

by 덜깬잠꾼

인생을 바다에 표현한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많은 파도를 만나는데 그때마다 파도를 잘 넘어야 한다고 한다.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도 간절함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술기운을 빌어 바다가 육지라면을 노래 부른다.

밀물과 썰물이 있으니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도 한다.

망망대해를 헤매다 멀리 보이는 작은 섬에 이제 살았다고 환호를 지른다.

사막의 신기루보다 더 찾기 힘든 보물섬을 찾아 떠돌기도 한다.

열 길 물속에서도 살아남았는데 한 길 사람 속을 몰라 빠져 죽을 뻔도 한다.


바다의 색으로도 삶을 이야기한다.

블루오션이다.

백사장에 파라솔을 펴 놓고 모히또에서 몰디브라도 한잔 마셔도 된다.

몰디브에 좀 있다 보니 좋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몰려온다.

주문한 모히또는 감감무소식이 되고 쉬려고 찾은 백사장도 어느새 인산인해다.

모래찜질은커녕 먹을 것도 모자라기 시작한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들이 피 터지게 싸운다.

하루아침에 핏빛 레드오션으로 바뀐다.

떠내려 온 미역 줄기로 허기진 배를 채우지도 못하면서

내일이면 운 좋게 조개나 소라라도 하나 주울 수 있는 기대로 버텨본다.

누군가 먼저 떠나면 입이 하나 줄 것을 기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남자의 삶이 그랬다.

어딘지도 모를 망망대해에서 멀리 보이는 작은 섬 같은 것에 안도의 숨을 다 내 쉬기도 전에

마실 물 한 모금 없는 섬에 세상이 다 무너져 내렸다.

작은 파도 하나 겨우 넘고는 자만에 빠질 때쯤 여지없이 넘지 못할 큰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 갔다.

물로 해갈이 되지 않는 짠맛을 실컷 맛봤다.

짠맛 몇 번으로 다져진 맷집으로 닻을 올리고 순풍에 돛을 달고 가기도 했다.

쥐구멍에도 볕이 들었고 남자는 블루오션을 누려본다.


평온한 바다가 멀리서 일렁인다.

좋은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남자는 멀리 보이는 파도를 보고 실소를 터트린다.

식은 죽 먹기로 보였던 파도는 눈사람처럼 점점 커져 이제는 남산만 해 졌다.

달려오는 기차에 두 팔을 벌렸던 영화의 한 장면이 스쳤다.

남자도 저렇게 멋지게 해 볼까 순간 생각했다가는 바로 뒷걸음을 친다.

담배에 길들여진 폐활량에 물질이나 배울 걸 하는 후회도 그만둔다.

잔머리 굴리다 방파제로 피하기도 전에 파도에 휩쓸린다.

다 늦은 나이에 다시 짠맛을 본다.

인생 참 짜다.

달디 단 캐러멜마키아또가 땡기는 날이다.

2025.09.11 덜깬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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