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망각한 부끄러운 시대]

사회현상에 대한 해석

by 덜깬잠꾼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못해 하수구 구멍을 찾는다.

침이라도 뱉으려면 사람이 없는 흙이 있는 곳을 찾아 뱉고는 발로 비빈다.

급한 맘에 빨간 신호등에 건너려면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빨리 달린다.

지하철에서 어른이 앞에 서계시는데 철면피로 자리에 앉아 있으려면 피곤해 잠자는 척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기에 부끄러워 했다.


샤이 아무개란 용어가 나올 때만 해도 이게 뭐지 했다.

아무개란 사람을 대 놓고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좀 거시기했단다.

샤이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아무개는 그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

아무개는 거시기한 짓을 대놓고 했고 결국 나라를 양아치로 만들어 버린다.

나라는 경박해지고 국격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양아치 짓을 하면 할수록 아무개는 팬덤들에게 더 추앙을 받는다.

이제 웬만한 양아치 짓은 별일도 아닌 것처럼 치부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그게 뭐 좋은 것이라고 내 나라에도 양아치들이 많아졌다.

발정 난 개처럼 수치심도 없이 아무 곳에서나 대놓고 떠들어 댄다.

양아치 짓은 심할수록 돈이 더 된다.

양아치들이 돈을 버는 사이에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되어버린다.

의문의 몇 패를 왜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운 일들을 대놓고 한다.

부산 어디 아파트에는 삼일절에 일장기가 버젓이 내걸린다.

서울 중동길 소녀의 상 앞에서는 옆집 여동생이 억지로 끌려가 욕을 봤는데도 돈을 벌려고 한 짓이란다.

천안 독립기념관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데 양식마저도 뺏어간 나라 덕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고 지껄인다.

다른 나라 극우는 지네 나라가 최고라고 떠드는데 내 나라 극우는 그 나라가 최고라고 떠들어댄다.

핵 오염수를 바닷가에 쏟아내는데 수산시장 수족관에 물을 마시며 문제가 없단다.

내 나라를 짓밟으며 흔들어대던 욱일기를 흔들며 내 나라에 모욕을 준다.

왕자를 새겼던 내 나라 아무개는 구치소에 빤스만 입고 버틴다.

멀쩡하게 잘만 돌아다니던 독생녀는 아파죽겠다고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

이제 그렇게 하는 것에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샤이는 이 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이다.

세상은 그렇게 목소리 큰 놈이 다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노래방에서 고음이 많은 노래가 잘 불리는 이유다.


부르는 것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남자는 이어폰을 낀다.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고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다.

부끄러움을 떠드는 사람 몫으로 남긴다.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남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2025.09.26 덜깬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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