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랍시고...]

이별의 단면

by 덜깬잠꾼

그래도 살아오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들이 몇 개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뜻대로 하는 것보다는 타인의 뜻에 따라 살아져 가는 것들로 가득 찬 일상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 일상도 견디면서 지나왔는데 그 일상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맘대로 하지 못하는 그런 지금이다.


이별을 알리는 메일을 받고 멍해진다.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다.

새롭게 드는 것이 정말 어려운데 끊어나가는 것은 너무나 쉽다.

그리고는 연락처에 찾지 않는 사람으로 남는다.

짧다면 짧은 인연이지만 같이 늙어가는 나이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이였다.

자신의 긴 삶이 타인의 잣대로 재단되어 부정당하는 현실에 쓴 맛이 올라온다.

씁쓸함은 어쩜 덤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라도 자신을 다독여야 이 엄동설한을 견딜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굳게 뿌리내리고 꼿꼿하게 자리 잡는 그날이 빨리 오길 어본다.

춥다.

그래서 따뜻한 위로라도 받을 수 있는 누군가와 좋은 시간을 보으면 좋겠다.



또 하나의 메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별을 알린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던 배다.

시간마저도 아껴가며 하루하루를 살아왔을 그런 배다.


12월의 칼바람이 여기저기 생채기를 낸다.

한창때 같으면 아무 일도 아니라며 밴드 하나 붙이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후배다.

이제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생채기에도 쉽게 쓰러진다.


적금을 들어 놓은 것도 아닌 시간들이 이자까지 붙어 쏟아진다.

사치라곤 해 본 적이 없는 시간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온다.

아낄 것도 없이 하루 스물네 시간도 모자랐는데 이제는 쓰기도 전에 지나쳐간다.

사치를 금기시했던 몸에 밴 절약 정신에 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시간을 사치하는 속도만큼 통장 잔고는 빠르게 사라진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 덕에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흘려보낸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갈 것이고 후배는 집안에 갇힐 것이다.

추운 겨울이 움크려든 후배를 꼭꼭 숨긴다.


따뜻한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겨울이 짧고 덜 춥기만을 기도해 본다.


2025년 12월 어느 날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