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새해가 되면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게 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데 빈 손이다.
손에 들린 것이 없이 복을 받으시란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그전에도 항상 그랬다.
빈말로 하면서 그것을 덕담이라고 말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여기저기 잡히지도 않는 복을 투척했다.
정작 가진 것도 없으면서 복 많이 받으라고 공수표를 남발했다.
로또도 아니고 입만 벌리고 있으면 떨어지는 감도 아닌데 주지도 않으면서 받으라고만 한다.
실체는 없는 허상뿐인 복을......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살려고 했다.
근데 덕담만은 파불로의 개처럼 조건반사가 된다.
"한 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복붙처럼 너무나 상투적이었다.
올해에는 달라야지 하다가도 쫓기듯 파불로의 개가 되었다.
한 해가 다 가고 내일이면 다른 한 해다.
사람다운 인사를 하기로 한다.
봄부터 쑥국을 많이 먹었다.
떡도 쑥떡을 더 먹었다.
1년 내내 마늘도 많이 먹었다.
치킨도 갈릭 소스를 더 먹었다.
이 정도면 사람이 되었으리라.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잡는 도구를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라고
그게 최선이라고 배웠다.
그런 덕담을 만들었다.
"새해에는......
복 많이 만드십시오!
복 만드실 때 미력하나마 손을 보태도록 해보겠습니다.
만드신 복이 너무 많아 소화 불량이 되지 않게 가끔은 쉬어 가시는 건강한 한 해 만드십시오.
그래도 남는 복이 있으셔서 베풀어 주시는 풍족한 한 해 만드십시오."
사람(?) 다운 덕담을 했더니 짊어진 짐이 가벼워졌다.
공수표도 없다.
근데 정(情)이 없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고 해서일까?
半犬半人이 왠지 사람 냄새가 더 난다.
식탐을 핑계 삼아 오늘은 그냥 개로 남기로 한다.
마늘을 뺀다.
치킨은 역시 그냥 프라이드가 최고다.
사람 냄새가 빠졌다.
개처럼도, 정승처럼도 벌지는 못했지만 정승처럼 쓰기로 한다.
내일은 없다.
오늘만 살기로 하고 텅 빈 곳간을 비운다.
"복" 포퓰리즘을 시전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많이 사랑합니다!"
2025년 12월 끝날에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덜깬 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