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부자(富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는데 부자(父子) 망하면 거기서 끝이다.
종족 번식은 인간은 본능이다.
부자(富子)는 굳이 많이 낳지 않아도 환경이 좋아 번식이 잘 된다.
부자(父子)는 굶어 죽기도 하고 호환마마에 걸려 일찍 죽기도 해서 최대한 많이 낳는다.
흥부가 놀부보다 자식이 많은 이유다.
부자(父子)에게 자식은 종족 번식의 의미도 있지만 늙어 부양받을 살림 밑천이기도 하다.
키우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생존하는 것 역시 인간의 본능이기에 다들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자식 중에 한 놈만 잘되도 나머지 형제들은 입에 풀칠을 한다.
그렇게 부는 공평하게 분배가 되고 빈곤의 악순환(?)은 이어진다.
지금의 남자는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유산이다.
남자의 代에 망하면 할아버지를 원망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무죄다.
아버지(父)는 아버지의 길을 가지 말라고 했다.
남자에게 아버지의 길이 너무 멋져 보였는데 그 길을 오지 말란다.
이 길은 틀린 길이니 다른 길을 가라고.
아버지가 닦은 길에 돌부리도 많고 여전히 가시밭길이란다.
그래서 남자는 가보지 못한 낯선 길을 걸었다.
아버지의 길이 쉬운 것 같고 좋아 보였는데 당신에겐 아니었나 보다.
남자는 아들에게 아빠의 길을 걸으라고 한다.
신작로처럼 넓거나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고개를 졌는다.
아스팔트로 깔지는 못했지만 가시는 없다고 했는데 아들은 생각이 다르다.
아들에게 남자가 걸었던 길은 너무 흔한 길일 수도 있다.
아들은 어쩜 가시덤불마저도 즐기는지 모르겠다.
3代가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아들 손에 흙을 묻히지 않겠다던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학교로 보냈고
분필 가루를 마시지 않겠다는 아버지는 남자를 사무실 책상에 앉혔다.
사무실에 좁다고 들어오지 않은 아들은 늦은 밤 가상세계에 살아간다.
아버지는 자신의 손에 있는 떡보다 남의 떡이 커 보였다.
남자는 자기 떡이 맛나보였다.
아들은 다른 떡을 찾고 있다.
떡은 배만 부르고 맛나면 그만이다.
허기에 먹을 것이 있기만 해도 좋았던 시대를 살았다.
아이스크림도 아닌데 골라 먹는 시대다.
배부르게 먹이고 싶은데 맛만 있어도 된단다.
배도 부르고 맛도 있고 보기도 좋으련만.
삼위일체는 신의 경지다.
남자는 떡에 콩고물을 묻혀보고 꿀도 발라본다.
아들이 미끼를 물었으면 좋겠다.
2025.12.26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