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해석
여자가 아팠다.
과거형이기도 하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복도 지지리도 없다며 원망도 했다.
미인박명이라고 너무 예뻐서 그런 거라고 위로를 하다가 지금 나이가 박명은 아니지 않냐며 웃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TV 프로가 있다.
어떤 동기를 통해서 아이가 변한다.
물론 좋은 쪽이다.
여자가 달라졌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좋아라 한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에도 귀엽다고 난리다.
길가에 숨어 있는 들고양이를 부른다.
아까 본 양이도 지금 본 양이도 모두 "나비"다.
그놈이 그놈인데 귀엽단다.
속으로만 생각하면 되는데 굳이 큰 소리를 낸다.
같이 걷던 남자는 남사스러워 남남인 척 거리를 둔다.
"아이고 죽것다 !"
한동안 남자 입에서 떠나지 않는 소리였다.
살다 보니 죽을 만큼 심한 것들이 많았나 보다.
배고파 죽겠고 아파 죽겠고 힘들어 죽겠었다.
심지어는 여자를 볼 때는 좋아 죽었다.
남자도 따라 바뀐다.
여자가 아파한 뒤로 남자에게 "죽것다!"는 금기어가 되었다.
대신 "이쁘네!"로 바꾼다.
대놓고 예쁘지는 않고 어중간하게 예쁜 것을 "이쁘다"라는 느낌이었다.
예쁜 것은 많지 않지만 이쁜 것들은 쌔고 쌨다.
남자는 몇 번을 해봐도 어색하기만 해서 여자랑 다르게 속으로 생각하거나 소리를 내더라도 작게 한다.
여자가 다 알면서도 누가 이쁘냐고 뭐가 이쁘냐고 되묻는다.
텍스트로 감정을 표현하는 세상이다.
읽지도 못하는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는데 "뷁"이란 글자가 유행했다.
울지도 않으면서 "ㅠㅠ"를 보내고 웃지도 않으면서 "ㅎㅎ"을 받기도 한다.
악센트도 없고 높낮이도 없는 텍스트다.
감정이 숨겨졌다.
세상이 아팠으면 좋겠다.
너무 아파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욕이라도 좋다.
그렇게 살다 보면 오늘 살아있음에 좋아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속내를 내보이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에 살고 싶다.
그런 이쁜 세상을 꿈꾼다.
2025. 12. 18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