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가 좋다
영문도 모른 채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가 취소가 되어버렸다.
광고를 보지 않으려고 돈까지 냈는데......
이틀을 기다려도 답이 없더니 결국에는 돈을 돌려준단다.
다 필요 없고 최대한 빨리 원래대로 해달라고 했는데 또 기다려보란다.
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고객센터에 전쟁을 선포했다.
강제로 돈을 돌려받았다.
화가 쉬이 잦아들지 않아 재가입을 포기한다.
돈을 들여 편리함을 샀었는데 들어간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불편함을 넘겨받았다.
일반 유튜브의 끊이지 않는 광고를 참지 못한다.
불편함이 커진 만큼 접속시간이 줄어든다.
금단현상은 좀 있지만 견디지 못한 불편함을 쉼으로 가득 채웠다.
손이 쉬었고 눈도 쉬었지만 귀는 아직은 음악을 듣고 있다.
급하게 나오면서 이어폰을 놓고 왔다.
차에서 내려 걸을 때 듣던 음악을 듣지 못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사라졌다.
새벽 아침에 듣지 않았던 많은 소리가 있었다.
차가운 바람 소리가 들린다.
피부로만 느끼던 추위를 귀로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감각 하나를 찾았다.
노래 듣는 것을 좋아라 하는 것을 아는 후배가 선물을 보내왔다.
웬만하면 사서 고생하지 않는 것을 아는데도 돈까지 써가며 불편함을 덥석 안겼다.
핸드폰 하나면 다 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선물이다.
후배가 보내 준 LP 플레이어!
CD에 치였다가 MP3에 밀려나고는 지금은 핸드폰으로 대체된 유물이다.
조립까지는 했는 데 사용법을 배우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욕 찌기가 목까지 차오른다.
이사할 때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녔던 LP를 꺼냈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걸쭉하게 노래한 Louis Armstrong을 만났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테라스에서 맥심 커피가 더 맛난 New Trolls의 Adagio를 듣는다.
염세주의자도 아닌데 11월에 비를 맞으며 울지 말라고 천국의 문을 시끄럽게 두드리던 Gun's N Roses!
흐린 가을에 편지를 쓰는 광석이 형과 시청 앞 지하철 역 앞에 가면 누군가를 만날 것 같다고 노래한 동물원도 만났다.
불편함은 그렇게 추억을 가져다주었다.
그런 적이 있다.
전기밥솥이 고장이 났다.
큰 고장도 아니고 패킹이 헐거워져서 제대로 된 밥을 못 만든다.
오랜만에 냄비에 밥을 올렸다.
불편하다.
버튼만 누르고 시간 돼서 뚜껑만 열면 되었는데 계속 지켜본다.
힘들게 지었지만 결국은 탔다.
태운 끝엔 고소한 누룽지가 있었다.
밥솥이 만든 밥보다 엄마가 지은 밥이 좋은 이유다.
세상을 따라 편한 것을 찾는다.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쉴 새 없이 새로고침을 누른다.
그러다 일상에서 편안함 하나를 빼본다.
귀찮음이 덤으로 따라오기는 하지만 느림을 배운다.
숨이 차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는다.
그거면 된다.
TV를 끄고 핸드폰을 놓고 어색하게 아들놈과 나란히 앉았다.
주말을 그렇게 조금은 느리게 보내봐도 좋겠다.
2026. 01. 09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