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
개기월식이니 달의 인력으로 지구의 밀물이 생겼다느니와 같이 과학으로 그려진 달은 그 크기만큼이나 의미가 적다.
암스트롱이 달에 깃발을 꽂기 전에는 달은 과학이 아닌 감성으로 그려졌다.
토끼 두 마리가 열심히 방아를 찢고 있으면 엄마는 장독에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렸다.
멀리 빨간 신호등이 보인다.
기계적으로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곤 무심히 새벽하늘을 올려봤다.
아직 떠나지 못한 달이 그곳에 있다.
상현달 인가?
엊그제 정월 대보름이 지났으니 하현이다.
과학적으로 달은 똑같은 크기인데 남자의 눈에는 반절에 모자란다.
달은 넘칠 줄을 모른다.
넘칠 때가 되면 비우고 비워지면 채우기 시작한다.
달은 그렇게 과학으로는 해석이 안 되는 감성으로만 보이는 것이 있다.
사람도 그렇다.
아침밥을 먹고 불러진 배는 일을 시작함과 동시에 비우기 시작한다.
허기진 배는 채워 넣을 점심을 갈망한다.
힘을 써 소화시켜 없애기도 하지만 다 쓰지 못하면 해우소에 가 비우면 그만이다.
비우면 채우고 넘치면 또 비운다.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
레고는 더하기다.
쌓아 채우는 것이다.
3층 석탑을 만들다가 욕심에 중세의 큰 성을 만들고 있다.
만족이 없이 쌓기만 하는 인간의 욕망과 비슷하다.
젠가는 빼기다.
하나를 뺐는데 그대로면 또 뺄 기회가 생긴다.
러시안룰렛과 같은 방식이다.
마지막 한방으로 쓰러질 때까지 빼고 쓰러지면 끝나는 게임이다.
빼면 망한다는 그래서 빼지 말라는 인간의 또 욕심을 보여준다.
살아오면서 빼기보다는 더하기가 쉬웠다.
지금은 늘어난 욕심만큼이나 더하기도 만만치는 않지만 빼기는 더 힘들다.
물에 발 담그기는 쉽지만 빠져나오려면 지프라기라도 잡아야 할 만큼 간절해야 했다.
뱃살이 늘어나는 것은 쉽지만 그 뱃살을 빼는 것은 죽을 둥 살 똥 해야 한다.
방에 코끼리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좁아터진 방에 이제 숨 쉴 공간도 없어졌다.
코끼리를 힘들게 내보낸다.
좁아터졌다고 생각 한 방이 운동장이 되었다.
레고를 하는 것처럼 쌓기만 하고 살았는데 바벨탑은 결코 하늘에 닿지 못한다.
젠가를 한다.
탑은 의외로 무너지지 않고 생각보다 잘 견딘다.
빼고 나니 채울 공간이 생긴다.
약한 고리를 빼고 새로 채워 넣은 탑은 더 단단해진다.
빼기의 미덕에 심취했다.
빼는 것은 너무 쉬웠고 게다가 마이너스도 해 준다.
더 이상 뺄 것도 없는데 채우지도 않고 뺄 것만 찾는다.
그래서 아직도 아직도 애들만 한다는 레고를 쌓고 있다.
은행 잔고를 채우기가 벅차다.
살아갈 이유가 생겼고 그래서 오늘을 살아간다.
어른들이 하는 젠가 놀이를 하고 싶다.
2026. 03. 20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