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길이]

일상의 해석

by 덜깬잠꾼

하루라는 시간을 굳이 길이를 표현하자면 얼마나 될까?

마을버스를 타는 사람은 동네 몇 바퀴 이렇게 표현하고

고속버스를 타는 사람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할 수 있는 정도를 하루의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동안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것이다.


예전 같으면 유럽 어디 끝자락까지 갈 수 있는 거리로 하루를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늘까지도 막혀버린 지금 그런 사치스러운 거리는 상상 속에나 존재한다.

상상을 초월한 격리로 집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 갇여 지내다 보니 하루를 거리로 표현하기가 이상해져 버렸다.



모든 시작점이 책상이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식탁까지 가는 거리

답답함에 담배라도 한 모금 할 요량으로 베란다까지 가는 거리.

목마름에 냉장고까지 가는 거리

하루라는 시간을 거리로 재보려 하니 나의 하루는 참 짧다.


어제와 같은 내일이 반복되고, 오늘과 모레가 이어져 있는 끝이 없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하루가 끝이 나지 않는 한 달을 훌쩍 넘겨 버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벚꽃이 사라진 자리는 어느새 푸르디푸른 청록의 이파리 들로 가득하다.

봄은 이렇게 짧게 가버렸다.



처음 며칠은 그랬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으니 휴가 받은 셈 치자고


일주일이 지났을 쯤에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휴가를 좀 길게 준다고 여겼다.


한 달이 다 되는 지금

더 멀리 뛰기 위해 움츠렸던 개구리처럼 튀어 올라야 하는데......


너무 오랜 움츠림으로 다리가 펴지질 않는다.

다리에 쥐가 나서 일어서려면 코에 침 깨나 발라야 한다.


멀리 뛰고 싶은 꿈을 접은 지도 오래다.

부화된 날개를 너무 오래 펴지 못해 퇴화해 버린 나비가 되어 버렸다.

그냥 걷을 수만 있는 날이 그립다.


걸어야 하는데......

이놈의 날씨는 까맣게 타버린 속보다 더 덥다.

걷고자 하는 꿈을 접게 만든다.

2022. 05. 06 덜깬잠꾼

(코로나로 上海 집에 갇혀서 지낸지 한달이 넘어간다.)


[후기]

여자는 해외여행을 좋아라 한다.

남자는 집에서 뭉개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그런 다름이 좋았다.

서로 안해 본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 좋았다.

오래 살았음에도 아직도 다름이 남아 있다.

생각보다 많은 다름이 종종 다툼이 되기도 한다.



때가 있다고들 한다.

여자가 좋아하는 해외여행을 하려해도 남자는 먹고사는 것 때문에 시간이 되질 않는다.

옛날에는 돈이 안되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안된다.


여자가 그런다.

"시간이 될 때면 아마 체력이 안될 걸 !"

남자는 그런다.

"시간을 내려면 회사를 그만 둬야 하는데 ... ?"

여자가 말한다.

"여행은 나중에 가자!"



역시 돈은 동방불패다.

무적인 여자도 돈에는 백전백패다.


남자는 시간을 포기하기로 한다.

남은 체력은 우선 돈 버는데 쓰기로 한다.

그렇게 긴 하루를 은 공간에서 어나갈 팔자를 살아간다.

2026.02.25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