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먹기] [혹세무민]

일상의 해석

by 덜깬잠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고 거부하며 운명이란 것은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리 부딪치고 저리 치받으면 가열차게 살아가고 있는데 한 나라를 이끄는 자리에 선출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장소가 의식을 지배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장소가 의식을 지배할 수도 있다.

쉬러 간 여행지에서는 쉬어야 하고 공장에서는 당연히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인은 파란 집에서 일하는 것이고 미국 사람은 흰 집에서 일하고 러시아 사람은 얼음 궁에서 일을 한다.

파란 집은 바로 그 일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이다.

전에 살았던 사람이 일을 잘 못했다면 그 사람 생각(의식)이 못돼서 그런 것이지 그 집이 터가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이다.



격리가 장기화되면서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집으로 제한이 되어 버렸다.

똥개도 자기 집 앞 100미터는 먹고 들어간다고 했는데 똥개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자리에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것 들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늘어가면서 무기력까지 더해저서 저울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버렸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봤던 것들을 하나씩 들춰내어 지금의 나를 반추해 본다

이문열 님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에서 주인공이 막 전학을 와서 기존 틀의 불의와 맞서 싸우다가 결국은 거대한 부조리한 틀 속에 들어가 안주해 버린다.



전유성 님은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라는 책을 집필했다.

책을 읽어보진 못했는데 제목이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비겁하게 숙일 때 그것을 조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기존의 틀 속의 부조리를 보고서 어디까지 눈을 감아야 하고 목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는지.....


최민식 님은 올드보이에서 갇혀 있는 공간에서 지내면서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먹었던 만두에서 실마리를 찾아서 복수를 한다.

집안에 갇혀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몸은 공간 안에 갇혀 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펴서 멀리 날아나 가볼까?

이문열 님의 소설이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몸은 여기에 두고 상상의 나래만 펴고 올라갔기에 떨어 저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은 역시 송강호 님이다

"살인의 추억"의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른다.

"밥은 먹고 다니냐?"



오늘 나는 장소가 의식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처절한 몸무림을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공간의 제한 속에서 의식의 날개를 힘차게 펼쳐 보인다.

그래야만 밥을 먹을 수 있기에.....

2022. 04. 22 덜깬잠꾼


[후기]

중국 상해에서 코로나로 제한된 공간에서 살면서 답답함을 적어 봤었다.

청와대가 싫다고 용산으로 사무실을 옮겼던 사람이 오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어디에 살든 사는 곳에 정 붙이면 제2의 고향이라도 했다.

의식이 장소를 지배한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정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순간접착제라도 하나 사서 붙여봐야겠다.

2026.02.19 덜깬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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