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세상 읽기

by 덜깬잠꾼

고등학교 때인가 국어 교과서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을 실렸던 것이 기억이 났어.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겠더라고?

이런 것들이 왜 우리를 슬프게 하지?라는 의구심이 드는 거야.

그때만 해도 학력고사라는 것에 목숨을 걸고 야자로 딴생각은 감히 상상도 못 할 때지.

정해진 틀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없었기에 그것보다 더 큰 슬픔은 있을 수가 없었지.



근데 또 그런 생각도 들었어

왜 약간은 센티한 것 같은 것을 그것도 한국사람이 아닌 남의 나라 사람이 쓴 것을 국정 교과서에 실을 정도로 내 청춘에 이걸 왜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


어찌 보면 약간은 나의 생각을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보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어.


그러면서 청개구리가 되어봤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이런 글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세뇌라는 것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세뇌를 당했고 그렇게 형성된 것들이 나의 삶 속에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했는지 가늠할 수가 없네.



생각을 바꿔서 "오늘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어.

조금 난감하더라고.

막상 멍석 깔아 줬더니 떠오르는 것이 없더란 말이지.

지금까지 삶이 그렇게 많이 재미난 것도 아니지만 막상 찾으려니 막막하더라구.

오징어 게임의 할아버지처럼 모든 것을 다해봐서 더 이상 재미난 것을 찾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어.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발가락이 닮았네”와 같이 억지로라도 찾아보기로.


시작이 좋네.

오늘 살아서 일어났거든.

이 정도면 어제와 다른 하루를 시작하기 좋은 징조야.

2022. 05. 12 덜깬잠꾼



[시간이 지나고 오늘]

그렇게 버티고 잘 살아왔어.

소확행에 즐거움을 찾았고

아주 보통의 하루에도 만족할 줄도 알게 되었지.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고

오늘을 사는 나는 타인에 의해 아주 보통의 순간마저도 빼앗기고 살고 있더라고.


인연도 없고 친하지도 않은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먼 동네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치는데 나의 판 돈이 줄어들더니 올인을 불러야 할 때가 되어버린 거야.


불구경 다음으로 재밌다는 싸움구경인데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하루가 가네.


재미있는 건 뭐냐면 오늘도 살아서 일어났다는 거야.

근데 즐겁지 않다는 거지.

왜인지 내 판 돈이 줄어들 것 같다는 불길함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는 느낌이 들어.


내일은 토요일이네.

좀 오래 잘 수 있는 날이야.

불김함을 늦게 알아도 되는 날이란 이야기지.

조짐이 어주 좋아.

2026.03.06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