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변신 – 프란츠 카프카
1. 한줄 서평
"나를 벌레라고 정의하는 것은 누구인가"
2. 작품 소개 및 배경
『변신(Die Verwandlung)』은 프란츠 카프카가 1915년에 발표한, 20세기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비유적·실존 비극입니다.
한 외판원이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한 채 깨어난 사건을 통해, ‘인간’이 사회와 관계 속에서 어떻게 정의되고 소비되며, 어떤 최후를 맞지는지를 묘사합니다.
가족과 사회의 냉혹함, 타인의 시선,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붕괴가 결합된 이 소설은 단순한 기괴함을 넘어 인간 존재의 가치를 묻는 날카로운 시대비판이자, 지금도 유효한 실존 우화입니다.
3. 줄거리 요약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는 병든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을 부양하며 빚을 갚기 위해 전국을 돌며 일합니다. 어느 날 출장을 앞두고 잠자리에서 깬 그는,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몸은 곤충이지만 의식은 여전히 인간인 채, 출근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그는 방에 갇히게 됩니다.
처음에는 가족과 여동생이 두려움과 연민을 보이고 보살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선은 피로와 혐오로 바뀝니다. 아버지는 그를 위협하고, 여동생은 그를 가족이 아닌 괴물로 규정하며, 집안은 생계를 위해 하숙인을 들입니다. 그레고르는 점차 외면당하고 방은 먼지 쌓인 감옥으로 변해 갑니다.
마침내 하숙인들이 그의 존재를 알게 되자 가족의 인내는 완전히 무너지고, 그레고르는 ‘짐’으로 전락한 채 굶주림과 상처 속에서 쇠약해집니다. 결국 그는 아버지가 던져 몸에 끼어버린 사과가 썩어감에 따라 조용히 숨을 거두고, 가족은 마치 부채를 청산한 듯한 안도감 속에서 다시 ‘정상적인’ 일상을 바라봅니다.
4. 명대사
- “침대에서 깨어난 그레고르는 자신이 거대한 벌레가 된 것을 알았다.”
- “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 “저는 이런 괴물 앞에서 오빠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저것'을 없애야 한다는 거예요. '저것'을 먹여 살리려고 참고 견디며 우리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해 왔어요. 아무도 우리를 나무라지 못할 거예요."
5. 작품 해설
『변신』은 한 인간이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하는 기이한 사건을 빌려, 사회에서 정의되는 나의 가치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집니다.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소모하는 경제적 도구였고, 사회의 시선 속에서만 존재가 보장된 인물이었습니다. 벌레로 변한 후에야 그는 자기 존재를 고민하지만, 이미 ‘쓸모없음’이라는 낙인은 그를 사회·가족 모두로부터 분리시킵니다.
이 과정은 마치 호접지몽처럼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내가 벌레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혹은 벌레가 잠시 나로 살아본 꿈이었는지—정체성의 혼란은 끝내 해소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레고르의 가족은 그의 수입에만 의존하며 살아온 기생적 존재였고, 숙주인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어버리자 그를 버리고 거짓말처럼 생계를 위해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또한 주변인들의 당연하다는 듯이 던지는 시선과 말은 그에게는 하나의 ‘버징(buzzing)’, 즉 무의미한 벌레의 소음일 뿐이었습니다.
마치 이는 벌레들이 우리의 상황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기생하고 달려드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그레고르는 몸과 마음이 완전히 벌레와 동화되며 무기력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카프카는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구조적 폭력—인간을 기능과 역할로만 평가하고, 쓸모를 잃으면 벌레로 규정하고 곧 버려버리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카프카의 비판적 사고에서 보면 오히려 그레고르가 인간에서 벌레가 된 것을 통해, 반대로 주변인들을 그레고스에게 기생하고 착취하며 일방적으로 괴롭힌 벌레로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우리는 그저 반복적이게 매몰되어 일을 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의되고 존재할 뿐, 정작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는 정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그저 sns와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그런 속에서 우리는 점점 정체성을 잃고 하나의 벌레처럼 무기력하게 침전할 뿐입니다.
『변신』은 그래서 카프카가 우리 사회에 전하는 “벌레가 되지 않기 위한, 우리 모두를 향한 비망록”이자, 여전히 유효한 자기성찰의 거울로 남습니다.
P.s.
정작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삶이란, 벌레처럼 반복적인 삶과 같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사회가 아닌 나 자신이므로, 자기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관찰하여 나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벌레의 껍질을 벗고 나비로 우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