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통하는 서평

#7. 해저2만리 - 쥘 베른

by 모색

1. 한줄 서평


"아무 것도 아닌 남자의, 아무 것이 아닌 비극을 타고 떠나는 미지로의 여정"




2. 작품 소개 및 배경


『해저 2만리(20,000 Leagues Under the Sea)』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1870년에 발표한 공상과학 소설입니다. 19세기 말, 과학과 모험의 시대정신 속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세계 SF문학의 고전으로 꼽힙니다. 미지의 심해와 기술 문명의 경이, 그리고 인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망과 문명 비판, 자연의 경외를 환상적으로 결합합니다.
네모 선장과 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신비로운 여행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인간의 한계, 자유와 구속, 자연과 과학의 경계까지 깊숙이 탐구합니다.

3. 줄거리 요약


1866년, 정체불명의 해양 괴물 소문이 각지에서 퍼집니다. 괴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미국 해군은 프리깃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파견하고, 해양학자 아로낙스 교수와 조수 콩세유 그리고 작살잡이 네드 랜드가 합류합니다. 추격 끝에 이들은 괴물의 공격을 받아 바다에 떨어지고, 곧 괴물에 의해 구조되어 괴물의 정체가 최첨단 잠수함 노틸러스임을 알게 됩니다.
신비로운 노틸러스호의 주인, 네모 선장은 그들을 구해주는 대신 세상으로 복귀하지 못함을 조건으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해저 여행을 선사합니다.
그리하여 육지와 단절된 채, 바다의 자원만을 활용하여 살아가는 생활이 시작됩니다. 피에르박사 일행은 노틸러스호와 함께 시시각각 얼어오는 남극의 빙하 속에서 질식할 뻔 하기도 하고, 휘황찬란한 산호 숲을 거닐기도 하고, 상어떼와 싸워 인도인을 구출하기도 하고, 깊은 심해에서 온 전설 속의 진짜 괴물과 싸우기도 하며—바다는 경이와 공포가 교차하는 미지의 세계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세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욕구와 현실사이의 복잡한 갈등 끝에 세 일행은 바깥세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며, 그 과정 속에서 네모 선장의 여정에 대한 깊은 비밀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복수임을 알게 됩니다. 박사일행은 네모선장이 최후를 준비함을 알게되고 노틸러스호가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직전,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여 성공하여 구조대에게 구조됩니다.

4. 명대사


- 나는 새로운 해저세계일주를 시작하려는 참입니다.
- 모든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 너그럽고 친절한 인간보다 더 훌륭한 인간은 없네.
- 성서가 6천년 전에 제기한, '너는 바닷속을 걸어본 일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권리가 있는 것은 모든 인류 가운데 단 두사람, 네모 선장과 나뿐이다.

5. 작품 해설


『해저 2만리』는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웅장한 모험이자, 이름을 버린 한 남자가 마음 전체를 배에 가둔 채 부유하는 내면 여정입니다.
네모 선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하고, 자신의 이름조차 버린 채(네모의 이름의 뜻은 라틴어로 아무것도 아닌이라는 뜻) 아무도 없는 해저로 숨어 들어가게 됩니다. 앵무조개(Nautilus)를 뜻하는 노틸러스호는 단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노틸러스가 곧 그 자신의 마음, 그의 고립된 정체성과 무너진 내면의 성채임을 의미합니다. 앵무조개처럼 단단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외피 내에 숨겨진, 내면으로 말려들어 갈수록 점점 고립되는 자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땅에 발붙일 수 없는 그 배는 곧 세상에 다시는 닿을 수 없는 그의 두려움과 불안함, 그리고 복수 외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영혼의 표류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노틸러스 속 그의 침묵, 단절, 집착은 과학적 탐험의 외피 아래 인간이 끝끝내 견딜 수 없는 고독과 복수에 저당 잡힌 감정의 심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여정의 절정은, 마지막에 마엘스트롬(바다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장면에서 도달합니다. 복수를 모두 마친 후, 그는 이제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한 채 휘몰아치는 감정과 목적 상실 속에 잠식되고 맙니다.
독자와 박사 일행은 모두 그 순간이 네모 선장의 ‘파멸’이자, 한 인간의 감정과 정신—존재 전체가 빠져들어 사라지는 가장 격정적인 침몰의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됩니다.
이처럼 『해저 2만리』는 바다의 경이와 두려움을 그리는 동시에, 한 인간의 상실, 복수, 고립, 자기 소멸을 잠수함 한 척 안에 오롯이 풀어놓은 내면 우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P.s.
네모라는 이름을 좀 더 고찰해보면 소설에서는 그저 복수라는 동력으로만 움직이는 선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으로서 '네모'라는 이름을 썼지만, 주변의 시선에 따라 꼭 어떤 특정한 사람으로서 정의되지 않고, 나만의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나만의 길을 걸어가기 위한 용기도 '네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수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노틸러스라는 껍데기 안에 가둔 네모 선장이 아닌, 아무것도 아닐 용기를 갖고 살아가자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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