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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ul 11. 2022

[한자썰60] 音, 점 하나로 仁을 완성하다.

말(言)과 음(音) 그리고 성(聲)

音(소리 음) : 立(설 립) + 日(날 일)


音(소리 음)과 言(말씀 언)은 그 갑골문 모양이 같다. 당시에는 입을 통해서 내뱉는 '소리'와 '말'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말 거리가 단순한 상고사회였다. 손짓과 몸짓, 표정과 눈길을 보태면 간단한 소리만으로도 일상의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말은 그저 그 소리들 중의 한 가지였을 수도 있다.

문명과 사회가 발달하고 복잡해지면서 말은 그 수효가 빠르게 늘어났다. 그 말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소통을 해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말소리와 다른 입소리가 그 효율과 기능면에서 격차가 점차 커진다. 마침내 금문(金文)에 이르면 기존의 갑골문은 계속 ‘말’로 쓰이지만, 그 갑골문 아랫부분 口 자 가운데에 획 하나를 그어서 말이 아닌 ‘입소리’를 구별해서 가리키게 된다. 그렇게 해서 생긴 글씨가 音(소리 음)이다.(표 1-1)


《표1》 音의 자형변천

그 똑같이 생긴 갑골문을 두고도, 누구는 입을 통해 발화되어 퍼져 나가는 말소리라 하고, 또 누구는 입으로 부는 나팔소리라고 한다. 言의 윗부분에 길이가 다른 一자 넷은 말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타고서 퍼져 나가는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音의 立는 나팔 머리의 깔때기 모양을 닮았고 日은 떨림을 만드는 리드(Reed)를 문 입처럼 보인다. 두 가지 해석이 다 그럴듯하다. 금문(金文)을 지나면서 言과 音으로 글자가 분리된 것을 전제해서 거꾸로 둘러댄 감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주 1, 2)

 

그 후로 言은 의미가 담긴 '소리 상징'인 말을 가리키고, 音은 소리를 구성하는 요소인 파장과 운율을 가리키게 된다. '비명'은 공포, 고통 또는 슬픔을 심하게 느낄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키는 말(言)이고, '으악!'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입에서 터트리는 소리(音) 그 자체다.  글자의 분화로 입(口)과 말(言)에서 해방된 音은, 그 응용 범위를 끝없이 확장하여 세상의 온갖 자연의 소리를 광범위하게 포괄하게 된다.

《표2》聲의 자형변천

소리를 가리키는 다른 글자로 聲(소리 성)이 있다. 성분을 나누면 声(소리 성) + 殳(몽둥이 수) + 耳(귀 이)이다. 갑골문에서는 석경(石磬), 뿔로 만든 망치인 각퇴(角槌), 입(口) 그리고 귀(耳)가 어울려 있는데, 악공의 반주에 맞추어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고, 관객이 그 한가운데서 흥겹게 감상하는 광경이다. 바로 그때 그 관객의 귀를 울리는 소리가 聲이다. 전국시대와 소전(小篆)을 지나면서 입(口)이 탈락되지만 그 나머지들이 지금까지 이어지니 그 글씨가 聲이 된다.(표 2-1, 2, 3)


입(口)이 사라진 것은 간략화가 아니라 석경(石磬)의 역할에 대한 강조다. 석경(石磬)은 그 울림이 맑고 널리 퍼지며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아 그 소리에 왜곡이 적으니, 다른 악기들을 조율하는 표준음을 내는 특별한 용도에 쓰였다. 지금으로 치면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oboe)의 A음 역할을 한 셈이다. 간체자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声이 석경을 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글자의 핵심 요소였기 때문이다. 주 3)


聲은 질서 없이 아무렇게 나는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에 기준이 되고 무언가를 향한 바람(wish)이 담긴 소리, 그것이 聲이다. 聲에는 명예, 명성, 선언 혹은 통달의 의미가 담긴 까닭이 그러하다. 그래서, 명성(名聲)이라 하지 명음(名音)이라 하지 않는다. 성명(聲明)이라 하지 음명(音明)이라 하지도 않는다.


言과는 다르게 聲은 音과 거의 같은 뜻으로 구분 없이 쓰인다. 그러나, 만들어진 기원으로는 그 차이가 비교적 분명했다. 갑골문이나 금문을 통하면 쉽게 알 수가 있는데, 聲은 어떤 물체에 다른 물체로 충격을 가해서 나는 소리다. 석경(石磬)을 각퇴(角槌)로 치는 것처럼 말이다. 짧고 둔하며 강력하고 격동하는 소리에 많이 쓰인다. 音은 어떤 사물에 일체로 구조화된 소리 기관을 통해서 나오는 소리다. 세밀하고 매끄러우며 길고 부드러운 소리에 많이 쓰인다. 북소리, 총소리, 포소리는 성(聲)이라 하고, 새나 짐승, 벌레들 소리 그리고 사람의 말투와 노래, 관이나 현으로 만든 악기 소리는 음(音)이라 해야 맞다. 기원으로 보면 그게 맞다는 것이지 실제 용례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족,  울대뼈를 성대(聲带)라 하지 음대(音带)라 하지 않는다. 목소리 크기는 성량(聲量)이라 하지 음량(音聲)이라 하지 않는다. 글자의 기원으로만 본다면 거꾸로가 맞다. 기원과 다르게 聲은 사람 또는 동물의 음성 기관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소리에 주로 쓰이고, 특정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소리에도 많이 쓰인다. 전자는 고성(高聲), 탄성(歎聲), 성명(聲明), 원성(怨聲), 성조(聲調) 같은 것들이다. 후자의 예로는 총성(銃聲), 포성(砲聲)이라 하지 총음, 포음이라 하지 않는다. 뇌성(雷聲)이나 잘 쓰지는 않지만 우성(雨聲), 수성(水聲), 풍성(風聲)도 같은 류다. 반면에 音은 소리의 성질 또는 요소를 표현하거나 일반적인 소리를 가리킬 때 많이 쓴다. 고음(高音), 화음(和音), 음파(音波), 소음(騷音), 굉음(轟音), 녹음(錄音), 잡음(雜音)이 사례다. 音은 소식으로도 쓰는데 부음(訃音)에서다. 부성(訃聲)이라 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실제로는 이런 원칙들이 꼭 맞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그렇다.


음악(音樂)과 성악(聲樂)도 좋은 용례다. 음악은 관악, 현악, 타악 등 모든 기악과 성악을 아우르고, 성악은 그중에 특수한 분야인 사람의 노래에 특정된다.


사실 두 글자의 구분이 너무 모호하다. 그래서 구분하기 귀찮으니 우리는 음성(音聲)이라 한다. 중국은 거꾸로 성음(聲音)이라 한다. 우리는 음성을 목소리에만 쓰지만, 중국은 성음을 목소리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소리에도 쓴다. 비유로 쓰는 게 아니라 순전히 소리라는 뜻으로 쓴다. 뒷 글자, 우리는 성(聲), 중국은 음(音)에 뜻의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께서는  <논어>에서 "시(詩)로 시작하고, 예(禮)로 서고, 악(樂)으로 완성한다"라고 했다. 인(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인(仁)을 알아야 하는데 그 방법이 시(詩)이고 그렇게 깨달은 인(仁)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예(禮)이며, 그 행동이 마음속 깊은 감정에서 발동한 진정한 것이 되게 하는 것이 악(樂)이라 했다. 그러니 악(樂)으로써 인(仁)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하신 것이다. 공자께서는 악(樂)을 훈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써 음악을 많이 사랑하셨다고 한다. 친히 악기도 잘 다루시고 노래도 즐겨하셨다 하니, 음(音)이나 성(聲)에 가림이 없으셨다.


(詩)는 노래(唱歌)로 읊어야 훨씬 더 감동적이다. 哈哈。


주) 1. 日의 가운데 횡선이 입을 벌렸을 때 안쪽에 보이는 U자 모양의 목젖이라는 설도 있다. 목젖은 음식물을 삼킬 때 뒤로 젖혀져 기도 입구를 막는다. 음식물이 기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 주는 기능을 한다. 목젖은 소리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고대인들은 눈에 보이는 그 목젖이 소리를 내는 기관이라 착각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소리를 내는 기관은 목 안쪽에 있는 성대(울대뼈)다. 이걸 두고 목젖이라 말하는데 분명 잘못이다.

2. 나팔이 아니라 목탁(木鐸)이라는 설도 있다. 우리가 아는 목탁은 나무로 만든 방울이라는 뜻인데, 여기 말하는 목탁은 나무 손잡이가 달린 방울이다. 口 자 가운데 점이나 선은 방울추(영설(鈴舌))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

3. 声은 송대(宋代)부터 쓰이던 글씨다. 간체자 声은 그 전통을 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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