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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ul 25. 2022

[한자썰65] 聰, Open Mind!

세레나데, 창문을 열어다오!

聰(귀 밝을 총) : 耳(귀 이) + 悤(총명할 총)


聰(귀 밝을 총)은 耳(귀 이)와 悤(총명할 총)의 합자다. 한번 더 나누어 보면 悤은 다시 심장(心)에 창문(囱)을 낸 글자다. 선인들은 생각하는 신체기관이 심장(心)인 줄로 알았단다. 그러니, 聰은 생각을 창문처럼 열고 남의 말을 듣는 것을 가리킨다.


창문(囱)은 문(門)과 달리 '몸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주로 밖에 있는 것들을 안으로 받아들인다. 빛, 공기, 습도, 바람, 소리 그리고 풍경(風景)…! 그런 애호(爱好)할 것들을 바로 창 너머에 두고도 떨쳐 나가지 못하니 그저 관심과 느낌을 걸어 두는 공간, 그래서 창문은 '생각이 다니는 곳'이다. 그곳은 아름다운 시상과 악상이 떠오르고, 기발하고 새로운 발명과 발견이 발동한다.


심장에 창문을 낸(悤) 것은 외부 자극에 재빨리 반응하는 '생각이 예민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대상을 향해 관심을 두고 신경을 쏟을 때에 가능하다. 이성과 감성을 공히 민감하게 깨워 놓은 채,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논리와 감상을 재빠르게 끌어내어 표현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聰이다. 당신이 귀 밝기를 바란다면 그 귀만 열지 말고 깊은 마음도 함께 열라는 뜻이다. 주)


'귀 밝다'면 '귀에서 빛이 난다'인가? '귀 밝다'는 남의 말을 그 의도한 바를 바르게 인식하고 잘 기억하며, 그 인식과 기억을 이용하는 말과 행동에 남다른 재주가 있다는 뜻이다. 참으로 부러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것이 부러우면 거기서 빛이 나는 착각이 들게 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귀 밝다'가 된 것은 아닐런지!


총명(聰明)은 거기에다 눈을 더 보탠다. 聰은 귀를 기울이고, 明은 눈을 주시했을 때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귀가 밝아지고 눈이 밝아지는 예민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 그것을 총명(聰明)이라 한다.


우리는 그런 총명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총명은 주로 분간에 너그러운 노인들이 많이 쓴다. 왕년의 습관이기도 하겠지만 노년을 핑계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다. 화자보다 지위나 연배가 높은 사람들에게 쓰는 경우가 많다. 아부일 확률이 높다. 노인들이 손주 자랑할 때 즐겨 쓴다. 정확하지 않아도 혈연과 자애는 반을 접어 준다. 우리가 ‘똑똑’은 비교적 남발하지만 그렇지 않은 ‘총명’은 듣는 사람이 마음을 열어 예민하게 해석해야 오해가 없다. 진심이기도 하지만 가짜일 때도 많다.


聰은 그런 글자다. 마음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그 진실을 남이 알 길은 사실상 없다.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다. 그것을 선한 마음, 양심(良心)이라고 부른다.


사족, 悤에는 빠르다는 뜻도 있으니, 聰은 남의 말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듣는 것을 가리킨다. 흥미롭게도 ‘총명(聰明)’의 영어, Be smart에도 빠르다라는 뜻이 있다. 영어의 Open mind와도 상통한다. 聰은 어눌하고 행동이 느리며 보수적인데다 내향적인 내가 근접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경지다.


세레나데는, 밤에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는 구애와 찬미의 노래다. ‘그대 창문을 열어 주오!’ 이 창문은 집에 달린 창문이 아니다. 마음의 창을 열어 나를 품어 달라는 절절함이다.


총명(聰明)을 다시 살펴보면, 사전적으로는 ‘썩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으며 재주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똑똑하다’가 ‘인지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인 것과는 뉘앙스가 좀 다르다. ‘똑똑’이 In-put에 초점을 두고 있고 ‘총명’은 ln-put과 Out-put 모두 다. 총명이 보다 종합적이다.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에 주안을 둔 말이다.


중국은 어떨까? 총명(聰明(Cong Ming, 총밍)은 그냥 ‘똑똑하다’ 일뿐이다. 영리(伶俐), 영민(靈敏), 지혜(智慧) 등과 어떻게든 차이가 있을 법은 한데, 5년 가까이 현지에 살았지만 외국인으로서는 잘 분간이 안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쉽게 듣는 말이 ‘총밍(Cong Ming)’이다. 아부인들 배려인들 듣기 좋은 말이다. 니헌총밍(你恨聪明)! 당신 참 똑똑하십니다. 필자가 들었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배움과 소통은 듣는 것에 크게 의존한다. 강의를 듣고 대화를 나누어도 마음을 열지 않으면 반 이상은 허사다. 봄도 중요하지만 원시 문맹 환경에서는 들음이 훨씬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니, '귀 밝다'에 특정한 聰 자는 있으나 目 + 悤으로 된 글자가 없고, 明聰이라 않고 聰明이라 해서 聰을 앞세운다.


그러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달라졌다. 문맹은 이미 퇴치된지 오래이고, 눈을 유혹하는 미디어가 넘친다. 우리 영화나 드라마도 자막을  놓고 보기 일쑤다. 기세로 보면야 明聰이  어울린다. 明은 뜻이 너무 일반적이니, 새로 눈밝을 멍을 만들었다. 새로 만들어 읽으면 멍총(‘+) 된다. 시각은 청각과 달리 뺏기면 사람을 멍하게 만들 때가 많다. 이 딱 TV 모니터 같이 생겼다. 哈哈。


주) 聰(귀 밝을 총)과 聽(들을 청)은 발음도 글 모양도 분해한 부속 글들의 뜻도 너무나 비슷하다. 한자썰16 聽도 곁들여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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