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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Dec 10. 2022

《어른의 한자력》, 한자 썰 쟁이...!

동무를 만나다.

한자를 소재로 글을 쓴다는 것이 사실 조금은 외로운 작업이다. "요즘 세상에 한자 이야기를 누가 읽어 줄까! 젊은 사람들은 한자, 그거 잘 모르잖아. 구닥다리라고 생각하지 싶다." 집사람 말이다. 물론, 그녀만 그런 게 아니다. 난들 같은 걱정이 없었겠냐마는, 막상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 말에는 마음이 씁쓸했다.


한자를 소재로 하는 글, 한자썰을 써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계기는, 대만 최고의 문화비평가이자 학자인 탕누어(唐諾)의 《한자의 탄생》이다. 한자를 모티브로 삼아서 풀어내는 역사와 사상, 문화 그리고 예술의 성찬(盛饌)! 한자의 매력에 흠뻑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소시 적에 한자를 꽤나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공들여 공부하지는 못했다. 한자 하나하나가 만들진 조자(造字)의 재치와 지혜 그리고 기발함은 경탄을 자아내고, 단 몇 개의 글자 조합들은 무궁무진하고 흥미진진한 수천년 쌓인 고사들을 연결시켜 주는 하이퍼링크가 된다. 탕누어(唐諾)의《한자의 탄생》은 한자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의 불씨를 내게 댕겼다. 《한자의 탄생》은 내 삶에도 한자의 탄생이 되었다.


브런치에 《한자 한 자로 쓰는 썰》을 올리기 시작한 지가 1년이 되어 간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기가 녹녹하지 않다. 글재주는 없고 공부할 틈도 없는 데다 아이디어는 갈수록 고갈되고... '이 걸 왜 하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책이 신동욱 님의 《어른의 한자력》이다.


행복한 삶을 꿈꾸시나요? - 辛 매울 신  | 幸 다행 행 | 倖 요행 행 | 悻 성낼 행(p279~280)


.... (전략) 아빠의 경험을 너에게도 물려주고 싶구나. (중략) 사랑하는 아들아, 이번 주말에 아빠와 자전거를 배워볼까? 아빠랑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려 볼까?
'다행'이나 '행복'의 뜻을 가진 '幸'이란 한자 유래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지만, 내 눈에는 '辛' 위에 ' (열 십)이 쓰인 것처럼 보인다. 노예 표식을 새기는 도구 모양에서 유래했기에 辛에는 '괴롭다', '고통스럽다'는 뜻이 있는데, 열 번이나 반복되어야 비로소 幸이 된다.

"인생은 잠깐의 행복을 위해 그보다 훨씬 지난한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 문장이 깊은 공감을 준다. 행복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뿐, 영혼 상태가 될 수 없을뿐더러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한 순간은 짧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이 소중한 것이다. 행복은 비행복 그러니까 불행이나 고통이 없다면 얻어지지 않는다. 늘 행복하다는 말은 행복에 마취되었다는 뜻이지 행복을 향유한다는 뜻이 아니다. 幸자가 갑골문을 보면 지금의 수갑을 그린 것이다.(물론, 이것도 여러 설 중에 하나다) 그에 따른 해석이 따로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건 그거고 자신만의 마음과 생각으로 幸을 풀이한다. 한자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이 이것이다.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의 풀이도 그럴 듯 하다.


초월로 이끄는 힘, 동기 부여 - 超 뛰어넘을 초 | 越 넘을 월(p171~172)


.... (전략) 아빠의 경험을 너에게도 물려주고 싶구나. (중략) 사랑하는 아들아, 이번 주말에 아빠와 자전거를 배워볼까? 아빠랑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려 볼까?


작가는 超를 두고, 초격차니 슈퍼히어로니 하는 식상한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越을 두고 남을 이겨라, 꼭 극복해내라 하지도 않는다.  자전거 초보운전자인 작가는 아들에게 자전거를 함께 배우자 하고, 그리고 신나게 달려 보자 이야기한다.


《어른의 한자력》은 친절하다. 매일 한 장씩 읽고 거기서 다른 한자를 익히고, 떠올려 볼 것을 안내하는 질문들을 던져서 직접 써보도록 인도한다. 글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고 따라서 그 글이 다시 생각을 끌어내야 좋은 글이라는 작가의 뜻이 담겨 있으리라..!

 

작가의 글은 평범하고 간명(简明)하다. 어렵지 않고 탕누어(唐諾)처럼 현란하지 않다.  책 제목《어른의 한자력》과 달리 굳이 '어른'이 아니더라도 읽어내기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한자 하나 또는 몇 개를 엮어 각 주제별로 짧은 한자 풀이와 경험 그리고 생각을 차분하게 아침 QT처럼 엮었다. 70여 개 글 꼭지들이 하나 같이 우리 삶의 호흡에 닿아 있다. 그 리듬을 따라 타고 오르내린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공감을 부르게 되고, 더더욱 읽기가 쉽고 마음이 편해진다. 탕누어(唐諾)에 더해서 또 한 명의 한자 썰 쟁이 글동무를 만난 기쁨이 내게는 덤이다. 哈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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