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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10. 2023

[한자썰76] 年, 집착과 연민, 욕망과 불안!

새해에는 더욱 Carpe Diem

年(해 년) : 禾(벼 화) +  人(사람 인)


年(해 년)의 갑골문은 볏단(禾)을 짊어진 사람(人)이다. 그러니, 年(해 년)은 원래 벼의 수확을 가리켰다. 갑골시대 중원의 기후 환경에서 벼농사는 일모작이다. 사람들은 한 해를 가리키기 위해서 年을 은유로 빌어 쓰기 시작한다. 그 벼농사가 점점 퍼져 나가자 그 은유 역시 널리 그리고 자주 쓰이게 된다. 그것이 습관이 되자 年(해 년)은 아예 그 은유하던 뜻 자체가 되어 버린다. ( 【 표 】 1, 2 )


해는 매일 뜨고 지며 달은 매월 차고 기우니, 그 실체들이 자연스럽게 시간의 단위로 사용된다. 하루가 日(해/날 일)이고 한 달이 月(달 월)인 이유다. 그러나, 한 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지구 공전의 시작과 끝을, 보통 사람들이 직관할 방법은 없다. 궁여 책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벼의 수확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 있고 중요한 연례행사였기 때문이다.


【 표 】 年의 자형변천

중국 전설에 따르면 年은 뿔이 4개나 달린 요괴다. 석(夕)으로도 불리는 이 요괴는, 세밑 무렵이면 출몰한다. 깊은 숲 속을 빠져나와 마을을 습격해서는 사람과 가축을 해치고 겨우내 양식으로 곳간에 쌓아둔 곡식들을 깡그리 먹어 치우고 사라져 버린다. 사람들은 그런 年의 화(禍)를 넘기기를 간절히 바랐고, 특별히 그것을 과년(過年)이라는 이름까지 따로 붙여 부르게 된다.


【그림】 2017년 춘제, 북경 조양구 왕징 거리

다행히 이 요괴에게는 결정적인 약점 두 가지가 있어 사람들은 계책을 쓴다. 시끄러운 소리와 밝은 불빛을 죽어라 싫어하는 게 그것인데, 중국 사람들이 춘절을 전후해서 폭죽놀이에 그리도 몰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귀를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환한 불꽃을 사방으로 퍼트리는 폭죽놀이는, 춘제(春節:설날)에서 웬샤오제(元宵節:대보름)에 이르기까지 거의 보름 내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과도한 소음과 쓰레기, 사고위험과 대기오염 등으로 대부분의 큰 도시들에서는 폭죽놀이가 금지되거나 일정한 제한을 받는다. 그렇지만, 실제로 제대로 막아지지는 않는다. 어느 나라에서든 문화를 법규나 공권력으로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 그 자신들 역시 그 문화 안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이 즉결심판권을 갖는 공안을 무척 두려워하지만, 그 공안들조차도 年을 무서워하는 바에야 제 아무리도 강력한 공산당 정부도 뾰족한 방도가 없을 것이다.


사족, 그런데 왜 年은 무서운 요괴여야 할까? 어째서 年은 소중한 것들을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일까? 불확실성 때문이다. 시간은 그 길이가 길어질수록 불확실성 역시 커진다. 그런데, 직관할 수 있는 천체의 운동으로 측정되는 하루나 한 달은 그리 긴 시간이라 할 수가 없다. 거기에도 분명 불확실성이 있지만 우리가 감수하고 그냥 무시하며 살아 가는데 어려움이 별로 없다. 어제 또는 오늘에 비추어 달라질 내일 또는 다음 달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보다 그냥 그런대로 생각 없이 사는 게 훨씬 이롭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


그러나, 1년이라는 긴 시간 앞에서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다. 1년을 기점으로, 좋았던 과거가 멈추거나 나빴단 과거가 계속될 것 같은 불확실성, 좋은 미래가 찾아오지 않거나 나쁜 미래가 닥쳐올 것 같은 불확실성! 그래서 책략이 필요하다. 변하지 않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에 안달하지 않는 마음! 年의 전설에서 폭죽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과거를 잊는 용기는 시끄러운 소리이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는 밝은 빛이다. 과년(過年)을 위한 폭죽놀이는 그런 지혜를 가르쳐 주기 위해 조상들이 만들어낸 상징이지 싶다. 실제로 폭죽을 터트릴 때면 찰나라도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잠깐이지만 놓게 되는 것 같다. 아니, 생각마저 깜빡하고 놓게 된다.


日와 月과 다르게 요괴 年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에 공연히 품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요괴의 실체다. 이미 지나가 버려 어찌할  없는 과거 대한 집착과 미련,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욕망과 불안, 그것들이  요괴의 실체이다.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상념이 年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더욱 Carpe Diem  일이다. 嘿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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