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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21. 2023

[한자썰78] 死, 영혼을 달랜 흔적

존재 방식의 담담한 변화...!

死(죽을 사) : 歹(살 바른 뼈 알) + 匕(비수 비)


갑골문 死(죽을 사)는 살이 썩거나 발라져 뼈만 남은 시신(歹) 옆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명복을 빌고 있는 사람(匕)의 모습니다. 그 사람을 갑골문 이후 내도록 人으로 쓰다가 해서에 이르러서는 匕로 바뀐다. 이 匕를 대체로 人의 변형이라 보기는 하는데, 化(될 화)를 생략해서 붙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표 】 1 )


사람이 죽으면 당연히 슬퍼할 일이 맞지만, 그 죽음의 실상은 그저 존재의 변화(化)이므로 담담히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을 알리려고 그리 했다는 것이다. 死 자에는 그렇게 죽음이 소멸이 아니라 존재 방식의 변화라는 고도의 영적인 지혜가 함께 담겨있다.


【 표 】 死의 자형변천 (www.baidu.com)

시신을 뼈만 남겨서 다시 장사를 지내는 장례법을 복장제(複葬制)라 하는데 고대에는 매우 흔한 일이었던 것 같다. 死 자에 들어 있는 歹(살 바른 뼈 알)이 바로 그 흔적이다.  주 1)


죽음이 살아 있는 몸의 호흡이나 맥박, 움직임의 멈춤 같은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뼈라고 표현을 했다는 것은, 그 뼈에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겠다는 추측을 해 볼 수가 있다. 복장제는 뼈에 대한 그 각별함이 장례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일 게다.


葬(장사 지낼 장) 자는 좀 더 명백하다. 茻(우거질 망)과 死(죽을 사)를 합친 葬(장사 지낼 장)은 초분(草墳)을 정확하게 표현한 글자다. 초분, 즉 풀무덤은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짚이나 풀을 둘러 덮어서 들판이나 산에 오랫동안 놓아두면 썩은 살이 뼈와 분리되고 자연풍화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초분은 복장제의 1단계인데, 대략 2~3년이 지나면 2단계로 유골을 수습하여 깨끗이 처리한 연후 그때서야 매장을 하게 된다. 葬이 장사를 가리키는 대표 글자가 된 것은, 그만큼 고대에는 초분 그리고 복장제가 널리 퍼져 있던 장례문화였음을 말해 준다. 주 2)

【그림】전남 영광 낙월도 초분(네이버)

흔히 쓰는 ‘조문(弔問)하다’에 弔(조상할 조)도 마찬가지다. 초분은 유족이나 마을사람들이 수시로 찾아가서 살펴 주어야 한다. 짐승이나 벌레들에 의해 훼손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분까지 이르려면 들판이나 숲을 지나야 하니 맹수들을 피해야 하고 다다라서는 초분에 달라붙은 새 떼나 짐승 무리들을 쫓아내야 하니 활을 메고 가야 했다. 弔가 人(사람 인)과 弓(활 궁)이 겹쳐서 그 상황을 가리킨 글자이니, 弔자 역시도 고대에 초분이 흔했다는 증거다.


시신을 바로 매장하지 않는 인류의 보편적 문화는, 첫째는 죽은 자를 향한 산 자들의 연민을 달래기 위함이고, 둘째는 죽은 자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평안히 가기를 기원해 주기 위함이다. 고대인들이 뼈가 육탈(肉脱)되도록 긴 시간을 들인 것은 그 마음이 요즘과 달리 사뭇 깊었기 때문이리라! 고대인들이 죽은 자의 뼈에 집착한 것은 그것을 통해서 영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남의 죽음 앞에서,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기 위해서, 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지금도 같다.  


사족, 혼백(魂魄)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몸속에 그 몸을 거느리고 정신을 다스리는 비물질적인 것으로 몸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초자연적인 것을 가리킨다.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 영원히 남아서 윤회하게 되고, 백(魄)은 땅 속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진다 한다. 혼(魂)은 정신적인 것을, 백(魄)은 육체적인 것을 관장하는데, 하늘로 올라간 혼(魂)는 인간사에 관여치 않지만, 욕심이 많은 사람의 백(魄)은 잘 사라지지 않은 채 이승에 계속 남아서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 백(魄)이 보통은 뼈가 썩어 없어질 때까지 남게 되는데, 이 때문에 그때까지는 제사를 드려 달래 드려야 인간들에게 해를 덜 입힌단다. 그래서, 망자의 뼈를 태우거나 생전에 쓰던 가재도구들을 태우는 것이 백(魄)의 횡포를 피하는 좋은 방법이다. 믿거나 말거나, 혹 주변에 욕심 많은 자가 죽거든 참고 삼으라고 전해 줘야 하겠다. 哈哈。


주) 1. 歹(살 바른 뼈 알)은 유골이 반쪽만 남아 있는 모양이다. 冎(뼈 발라 낼 과)도 유골을 나타낸다. 그러나 살을 발라내는 사형의 결과이니 그 유골의 형태가 歹과 달리 온전하다. 歹(살 바른 뼈 알)는 자연상태에서 장례 과정으로 만들어지니 일부가 망실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자의 세세한 사실적 표현이 놀랍다.

2. 초분은 우리나라 남부 도서지역에서도 발견되던 풍습이다. 배 타고 고기잡이 나간 상주가 돌아올 때까지 시신을 보관하기 위함이라 한다. 그러나, 복장제가 지리적으로 여러 문화권(예, 티베트의 천장)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닐 듯싶다. 쉽게 썩어 사라지는 살과 달리 오랜 시간을 버티는 뼈가 인간은 영원한 존재라는 신앙과 보다 어울리고, 영혼이 뼈속에 머물러 있다는 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에 뼈를 분리해서 별도로 의례를 치르게 되었다는 설명이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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