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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20. 2022

[한자썰2] 蘭, 간체도 아름답다

난초의 내면과 외면

蘭(난초 란) : 풀 초(艸) + 문 문(門) + 가릴 간 (柬)


蘭자를 하나씩 나누어 보면, 풀 초(艸) + 문 문(門) + 가릴 간 (柬)이다. 가려 골라서 문안으로 들여다 키우는 풀이다. 딸랑 한 글자에 난을 위한 스토리 하나가 오롯이 담겨 있다.


복잡한 한자를 쉽고 빠르게 쓰자고 만든 게 간체자다. 간체가 필요한 조건은, 그 글자가 자주 쓰여야 하고, 복잡해야 한다. 잘 쓰이지 않거나, 그대로도 편하면 굳이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간체는 빼거나, 바꾸거나, 합치거나, 빌려서 만들어, 원래 글자와 비교해서 아름답지 못한 때가 많다.


蘭의 간체자는 兰이다. 얼핏 봐도 蘭은 복잡하다. 그런데, 門을 간체인 门으로만 바꿔도 단박에 다섯 획이 줄어 드니 그런대로 쓸 만은 하다.  왜 兰과 같은 격렬한 간략함이 필요했던 걸까?


첫째는, 중국인들이 蘭을 참 좋아한다. 蘭은 전통적으로 중국 문학이나 회화에 중요 소재였다. 엘리트들이 그들의 잘남을 뽐내는 상징으로 애용했다. 게다가, 후통(胡同) 조용한 안 쪽 허름한 집 뜰 그늘에 놓인 난도 정겹다. 중국인들에게 蘭사랑은 가히 문화라 할 만하다. 좋아하니 당연히 자주 썼을 테고, 그러니 다섯 뺀 15획으로도 귀찮았을 법하다. 주)

(출처) 昵图网 nipic.com

둘째는, 兰의 탁월한 조형감이다. 단 다섯 획만으로 ‘화분에 심긴 한 포기 난초’를 너끈히 표현한다. 윗부분에 좌우로 기울어 삐친 두 획은 푸르게 뻗은 난초 잎이다. 아랫부분에 三은 허리 자태가 예쁜 고고한 화분이고, 그 중간에 획 하나는 넉넉히 여백을 남겨 멋지게 쓰여진 싯구일 수도 있다. 兰은, 기실 너무 간략한 탓에 얼핏 봐서는 난자임을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알고 나면 잊는 것 역시 쉽지가 않다. 난초 푸른 잎이 이미 그의 동공 속에서 슬쩍 노닐었기 때문이다.


‘蘭’으로 읽노라면, 숲과 들, 개울가, 바위 옆을 오가며 마음을 심었다가, 작정한 어느 날 캐내 집으로 들인, 그저 풀 한 포기를 정성으로 아끼는 선비의 서정을 느낀다. ‘兰’으로 읽노라면, 시 한수 흐르는 백자분 속에서 햇살 좋은 창문을 향해 날렵하게 뻗은 난잎들이 하늘하늘 눈에 어린다. 난의 내면과 외면이다.


난초는, 안과 밖, 그 둘 다 참 좋다.


주) 후통(胡同) :  북경 성내를 중심으로 산재한, 오래된 좁은 골목길을 일컫는 말


p.s. 다음은 民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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