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愛에 숨은 3가지 주의사항
愛(사랑 애): 爪(손톱/손 조) + 冖(덮을 멱) + 心(마음 심) + 夊(천천히 걸을 쇠) 주 1)
愛는, 爪(손톱/손 조), 冖(덮을 멱), 心(마음 심) 그리고 夊(천천히 걸을 쇠)를 층층으로 쌓았다. 무언가(冖)로 덮은 심장(心)을 손(爪)으로 고이 감싸 안고서 조심스레 걸어가(夊)는 모습이다. 진정 아끼는 존재는, 손을 대기조차 두려워, 무언가로 감싸서야 비로소 안는다. 그 흔한 휴대폰 따위에도, 감성 돋는 디자인과 딱 떨어지는 그립감을 포기하면서, 이런저런 케이스를 씌우지 않던가! 혹여 떨구어 다칠까 잃을까 걱정되어, 사랑(愛) 그 앞에서는 걸음걸이마저 느려진다.
“그녀는 너무나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죠. 나의 더러운 것이 묻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내 마음은 병이 들었죠.”(김성호,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1994)
우리 젊은 시절에, 사랑하는 숱한 청춘들의 순수함과 떨림, 애틋함을 이만큼 잘 표현한 노래가 또 있을까 싶다. 가사에 느끼와 유치가 다소 없지는 않으나, 김성호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부드러운 선율에 빠져들면, 그런 생각이 들 겨를은 없다.
중국인들은 사랑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한자는 표의자다. 글자 하나가, 표현하는 대상에 대해서, 그 형태, 의미, 상징, 비유, 사상, 풍속 등등 허다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글자 愛 역시도, 자형 변화를 살펴보면, 사랑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과 그 변천을 짚을 수가 있다.
전란과 분열의 전국시대에, 愛는 欠(하품 흠) 또는 旡(목멜 기)이 心을 감싸서 품고 있는 모양이다(A~D). 欠과 旡는 둘 다 입(口)을 크게 벌려 무언가 크게 말하는 사람(張口告人)의 상형(象形)이다. 그러다가, 아랫부분에 夊(발, 걸음)이 따라붙은 것은 첫 통일 중국 진시황 때에 이르러서다(E). 사랑이 '말'에서 '행동'으로 바뀌기 시작한 순간이다. 이어지는 예서(隸書, F)와 해서(楷書, G)에서, 愛는 머리 부분에서 口(欠, 旡)를 잃고 대신에 爪(손/손톱 조)에 그 자리를 내어준다. 그렇게, 사랑은 말을 잃었다. 주 2)
합종연횡 자고 나면 싸워대는 전란의 시대에는, 전장의 사지로 떠나는 낭군님이 남긴, ‘사랑하오!’ 절절한 그 '말' 한마디로 사랑은 충분했다. 하지만, 통일 천하 평화의 때에 이르니, 아끼고 지키고 살피는 행함이 더해진 그제서야, 사랑은 사랑이라 칭함을 받게 된다. 사랑은 시절과 형편에 따라 변덕을 부리니, 자칫 방심했다가는 잃기가 아주 십상이다. 그래서 사랑은 쉽지 않다.
愛, 즉 사랑은 처음에 말(口(欠, 旡))로써 드러난다. 첫 고백의 긴장과 설렘, 쑥스러움, 기쁨은 다들 기억하지 않는가! 그다음은 행동(夊(발, 걸음))이 함께 따라야 한다. 그 사랑이 더욱 진전하면, 이제 더 이상 말은 약발을 잃고, 더욱 강한 실천(爪, 夊)을 요구한다. 숱한 시간과 상당한 금전, 심지어 친구까지 희생시킨다. 愛 왈, “사랑은 말로 하는 게 아니야!” 그래서 사랑은 쉽지 않다.
愛의 간체자는 爱다(I). 초서에서 心을 一자 일획으로 그어 썼는데(H), 간략함을 추구한 간체가 선뜻 그것을 채용했다. 그런데, 그게 우연히도 友(친구 우)다. 모양이 간단해서 그랬겠지 추정은 하지만, 사랑에 대한 현대적 해석(페미니즘?)은 아닌지, 또는 사회주의적 해석(혁명의 동지?)은 아닌지 궁금하다. 알 수는 없다.
드디어 2000여 년 만에, 愛에서 心이 소멸했다. 이제 爱는 아끼고 살피는 마음의 표현이 아니라, ‘관계(友)’가 되어 버렸다. 사랑의 대가로 그 긴 세월을 따라다녔던 부양과 종속의 관계가 사라졌다. 사랑은 평등해졌고, 친구가 되었다. 동지이고 동반자다. 사랑은 뜻이 다르면, 이익이 없으면, 깨끗이 헤어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혹여 두렵다면 지금 즉시,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뜻과 이익을 살피시라, 그렇게 아니했다가는 필경 낭패를 치르리니, 하하! 그래서 또 사랑은 쉽지 않다.
사족, 慈(사랑 자)는, 玆(무성할 자)와 心(마음 심)을 모은 글자다. 玆는 실타래 두 개를, 건조나 보관을 위해서 어딘 가에 걸어 놓은 모양이다. 艸(풀 초)를 그 위에 덮은 것은, 그 실타래들이 둘이 아니라 우거진 풀처럼 많다는 수식이다. 그래서, 玆(무성할 자)는 무성하다는 뜻이다. 무성해서 한없이 베풀고 아끼며 가엽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慈다.
慈와 愛가 그 새김으로는 똑 같이 사랑이다. 愛는 일반 개념이고, 慈는 愛 중에서도 아주 넓고, 깊으며,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는 愛를 뜻한다. 그래서, 아무나 감당하는 게 아니다. 거룩한 하느님이나 성인(聖人), 부모, 사제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나에게 결코 자애롭지를 않다. 哈哈。
주 1) 爪는 손가락이 아래로 향하도록 손목을 접은 손 또는 짐승의 발톱, 夊은 거꾸로 된 맨발(앞에 선 상대방 맨 발등을 위에서 내려 본 모양)의 상형이다.
주 2) 바이두(百度) 백과에서 퍼옴. 금문 : A~C, 소전 : D~E, 예서 : F, 해서 : G, 초서 : H, 간체 : I
p.s. 다음은 蘭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