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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21. 2022

[한자썰3] 民, 한쪽 눈이 멀다.

국민을 향한 경계

民(백성 민): 目(눈 목) + 十(열 십) 주 1)


民(백성 민)은 갑골이나 금문에서 보면 눈 하나를 날카로운 도구로 찌르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노예의 왼쪽 눈을 찔러 실명(盲)시켜서 저항과 도망을 막았다. 애꾸가 되어서는 싸우기가 편치 않고 도망을 쳐도 다시 잡혀 오기가 쉽다. 노예를 부리는 목적인 노동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인신을 효과적으로 구속하는 참 잔인한 방법이다. 그래서, 民은 원래 노예를 가리켰고, 지금까지 民에 남아 있는 ‘어리석다’는 경멸의 뜻은 그 흔적이다. '그 사람 좀 민하다'할 때, 민이 이 民일지는 모르겠다.

(출초) 百度百科 www.baidu.com

'맵다'는 뜻으로 쓰는 辛(매울 신)자도 원래 노예였다. 노예의 몸이나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뾰족한 도구를 그린 것인데, 이 역시 처음에는 ‘노예’ 그 자체를 가리켰다. 마취도 없이 멀쩡한 피부를 찔러 상처를 내고 그 틈에 안료를 비집어 넣었으니 그 고통이 오죽했겠나! 물론, 평생 처참한 노예의 삶을 살아 내야 하는 고통에 비길 바는 아니다. 그래서, 辛은 ‘고생하다’, ‘괴롭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누가 또 그러지 않았겠나, "고초 당초 맵다 한들 종살이를 당할쏘냐!" 그래서, 辛이 매워졌겠지 싶다.


지금은 辛이 노예로 쓰이지 않는다. '노예(辛)라면'이라면, 기분 상해서 누가 사 먹겠나! 역사적으로 노예 인구가 감소해 왔고 결과적으로 제도로서의 노예는 사라졌기 때문일 게다. 주 2) 그럼에도, 辛이 다른 글자와 결합하게 되면, 그때는 여전히 노예의 뜻으로 쓰일 때가 많다. 한번 새겨진 문신은 지우기가 참 어렵다.

(출처) 百度百科(바이두백과)

臣(신하 신)도 처음에는 하인 또는 포로를 가리켰다. 감히 주인을 정면으로 못 대하고, 옆으로 돌아서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 보는 사람들의 눈 모양이 臣이다. 동공(가운데 사각형)이 강조된 걸 보면 아주 지근에 두고 부렸을 게다. 여러 하인들 중에서 굳이 나누어 臣으로 칭한 이유는, 가까이 두고 빈번히 일을 시켜야 하니 영리하고 믿음직한 품질 좋은 노예여 서다.


그 주인들 중에 한 유력자가 왕이 되었다. 그 왕은, 급기야 나머지 주인들이 하인들을 臣이라 칭하는 것을 금한다. 臣이 신하가 되었다. 대저 잘 나가는 사람 곁을 가까이 붙어 다니면 그 덕으로 왕왕 출세들을 한다.


國民이라는 말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 의미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말이 입버릇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국민이 주인 노릇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주인 되기를 스스로 싫어하기도 하고, 주인인 줄을 모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끔씩 하는 투표가 전부.   틈을 노린 국가와 권력, 자본에 휘둘리면, 民은 자칫 다시  한쪽을 잃을  있다. 노예 제도는 사라졌지만 노예 글자가 살아남은 이유다. 국민의 원래 의미인 ‘나라의 노예’로 돌아가지 않도록 경계를 게을리 말라고...!


民,辛,그리고 臣은 원래 다 노예였다.


p.s. 한자썰은 汉字說이기도 하고, 한자(一字)로 푸는 썰이기도 하다. 汉字, 一字 그리고 -썰(-설이 아니다)이 이야기의 출발이다. '썰'이 꽤나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 주시길... 그렇다고 진실이 없지는 않다.    


주 1) 실제로 十은 아님. 무언가 날카로운 송곳 같은 도구를 억지로 빌려서 나타냈음.

주 2) 어떤 현상이 사라지면, 그것을 가리키는 일반적 의미로서의 글자(民, 辛, 臣)는 다른 의미로 가차 되어 쓰임이 바뀌고, 특수하거나 기능적인 의미로서의 글자(奴(여종), 僕(남종), 隸(죄수))는 계속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전적으로 개인적 가설, 절대 믿지 마시라!)


p.s. 다음은 快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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