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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24. 2022

모모는 某某

놓친 것들 알아가기!


김만준이 부른 모모라는 노래가 있다. 광주 전일방송 대학가요제 그랑프리 곡이다.

1978년, 중학교 1학년 때다. 노래 좋아했으니 꽤나 흥얼대고 다녔던 것 같다. 지금도 멜로디는 물론이고 가사 대부분이 기억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모모? 某某? 아니면, 엄마엄마인가? 딱 거기까지 궁금했다.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일단, 가사를 도통 모르겠다.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라더니, 갑자기 무지개로 변신도 하고, 이 아이가 글쎄 철부지 주제에 방랑을 떠난다네. 인간은 사랑 없이 못 산다는 인생 진리를 그 나이에 어찌 벌써 깨달았을까나... 가사에 귀를 기울여 보다가는 이내 '뭐뭐, 뭐라고?' 하게 되니, 그래서 곡명도 모모가 됐겠지 했을라나!


모모가 무슨 책에 주인공이라는 건 한참 후인 대학 때였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나는 그 책을 여태 읽지 않았다.


어린 왕자도 비슷하다.

초등학교 때 동화책 간략본으로 읽은 게 다다. 사실은 그게 완본일 수도 있다.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 본사 정원, 올리브나무

이런 이야기는 도대체 뭐 할라고 썼을까, 재미 되게 없었다. 기억나는 거라고는, 코끼리 삼킨 보아뱀, 바오밥 나무, 머리 삐죽한 어린왕자, 삼각형 머리 여우 한 마리 정도...

생각해 보니 그 마저도 책으로 기억하는 게 아니다. 보아뱀은 그림 퀴즈나 인식론 설명하는 무슨 글 같은 데서, 바오밥나무는 마드리드 출장길에 목격한 1,000년도 더 살았다는 어마 무시한 올리브나무 때문이고, 어린왕자와 여우는 사실 어딜 가도 세고 센 게 그거다.


아직도, 어린왕자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김광석도 그렇다.

그의 노래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서른 즈음에'는 내 평생 노래방 애창곡이고, 기계 없어도 완창이 된다. 30대에는 나 같아서 좋았고, 40대에는 회한이 남아서 좋았고, 50대인 지금은 아련해서 좋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내복 바람에 팔다리 신나게 흔들어 대는 코흘리개 우리 아이들과 거실에서 함께 들었다.

'어느 60 노부부 이야기', 무슨 궁상으로 콧날까지 시큰해져서, '에고야. 나도 늙어지면 저리 살아야지!' 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날들', '불행아(묻혀갈 나의 인생아)', '이등병의 편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제목들을 줄 세워 놓고 기억과 상상을 약간 보태면, 그 단새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야야 우리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feat.공동경비구역 JSA,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분))


광석이 형은 살아생전에, 받은 상도 변변치 않고 앨범도 꼴랑 네댓 장이 전부다. 그런데, 라이브 공연은 무려 1,000번이나 했단다. 나는 그 일천 번의 공연 중에 단 한 번을 가본 적이 없다. 내일모레 60을 앞에 둔 지금, 아, 형이 정말로 보고 싶다.


ㅠㅠ。


p.s. 세상에나, 브런치 발행 키워드 목록에 김광석이 없다. 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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