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공지마 Feb 09. 2022

[한자썰9] 世, 이파리 세 닢의 교훈

인간 그리고 순환, 협력, 화합

世(인간 세) : 十(열 십) + 十(열 십) + 十(열 십)


世(인간 세)가 금문을 보면 ‘나뭇가지에 달린 이파리 세 닢'의 상형이다.(1, 2) 가지에 달린 잎 셋이 각각 十으로 변하고, (4~7) 이 十 셋이 한 줄에 연결되어 드디어 世(인간 세)가 만들어진다.(8~10) 그렇다면, 나뭇잎과 인간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일까?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여기서 잠시 번외(스킵 무방)! 世자의 자형 변천에서 역사성이 겹쳐진 한 가지 패턴이 보이길래 기록 차원에서 적어 본다. 주 1)


먼저, 표에는 없지만 사물의 형태적 특징요소를 잡아내 간략한 그림처럼 만들어진 글자, 갑골 상형자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춘추전국 금문에 이르면, 상형의 특징들이 선이나 점으로 변한다. 거북 등껍질이나 소뼈 따위와 달리 금속인 청동기에 글을 새기려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1~4, 12~15) 그 초기에는 원 글자의 상형 이미지가 많이 살아있다. 쉽게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다.(1, 2,16) 주 2)

통일 중국 진에서는, 글자 요소들이 떨어져 있던 그 전과 달리 서로 연결되는데, 문자의 통일과 그 지속을 위한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중국 통일을 위한 진시황의 원대한 꿈이, 글자 안에서도 연결을 통해서 분리와 변이의 자유를 구속한 셈이다.(5, 6, 7)

통일된 글자가 오랫동안 널리 쓰이다 보니, 이제 상형에 굳이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글자의 추상성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뜻이 통하게 되어, 한대 이후가 되면 원래의 상형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선과 점들의 조합은 단순해지고 합쳐진다.(8, 9, 11)

종이가 발명되는 한대에는 서법이 발전한다. 글자는 이제 뜻을 통하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고, 아름다움을 쫓는다. 사용에 간편함은 유지하되 반복의 답답함을 피하면서도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서예(書藝)라 하지 않던가!(10)

---

나뭇잎은 땅의 양분을 받아 싹트고, 햇빛으로 색 들어 변하고 자라며, 시들어지고 나면 다시 땅속에서 썩어 사라지는 생명 순환의 전형이다. 거친 대륙의 선인들이 그 나뭇잎에서 인생을 발견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의 말랑한 감수성이 가히 경이롭다.


그들은 世자가 인간, 일생, 세상, 시대 그리고 세대를 뜻하도록 가차시켰다. 어쩌다가 모양을 十자 세 개로 바꿔 놓고 보니, 한 세대 인생 30년 하고 딱 맞아떨어졌다. "옳거니 원래도 나뭇잎 생장사멸이 인생을 똑 닮았는데, 숫자도 얼추 맞아떨어지네!". 더구나, 十과 世의 중국어 발음은 쓰(Shi)로 똑같다.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치지 않았겠는가!


지금도 중국인들은 글자 간에 모양이나 그 발음이 비슷한 것을 상호 연상시켜서 글자 장난을 허다히 즐긴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는 배나 우산을 선물하지 않는다. 梨(배 리), 伞(우산 산)이 离(떨어질 리), 散(흩어질 산)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술(酒(술 주, 지오우))을 권하는 이유는, 오래오래(久(오래 구, 지오우) ) 사귀기 위해서란다. 이런 언어유희를 중국인들은 해음(諧音)이라 부른다. 이 버릇은 선인들에게도 매 한 가지였나 보다.


나뭇잎은, 世가 인간으로 화신 하자 葉(잎 엽)으로 부활한다. 葉은, 풀(艸)처럼 무성하게 나무(木)에 달린 잎(世)이 되어, 강력한 설명력을 얻은 대신에 그다지 멋스럽지는 못하다.


葉(잎 엽)의 간체자는 協(도울 협)의 옛글자인 叶인데, 나뭇가지(十)에 달린 잎새 하나(口), 아니면 무성(十)하게 달린 나뭇잎(口)이라는 억지를 동원했을 것으로 보인다. 叶는, 원래 사람(口)이 열(十) 명 모이면 ‘서로 도와야 한다’ 또는 ‘화합하지 않고 싸우면 망한다’는 뜻인데, 協은 '도구(力은 쟁기의 상형)를 공유'하고, '힘(力)을 모은다'는 뜻으로, 叶를 좀 더 구체화시킨 글자다. 아마도, 농경사회의 발전을 반영한 듯하다.


무성한 나뭇잎들은 땅 속 양분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으로 나무를 생장시킨다. 사람들도 서로 협력하고 화합함으로써 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한다. 葉의 간체자와 協의 옛글이 叶으로 일통 하는 것은 그런 교훈을 남기기 위함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주) 1. 자형변화도를 살펴보면서 지어낸, 전혀 근거 없는 개인적 상상임.

2. 世의 갑골자는 자형이 남아 있지 않음. 은상(殷商) 대 사람들이 이파리에 무관심했거나 현대에서 아직 발굴하지 못했거나...

 

p.s. 다음 한자썰은 妻(아내 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자썰8] 我, 나의 장구한 페르소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