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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29. 2022

양치기 소년 우화 퇴고

거짓말의 진실

어느 날, 늑대가 무리 앞에 나서서 호언장담 했다.


"내가 오늘 너희들 모두 맛있는 양고기를 배불리 먹여 줄 테다. 저기 골짜기에  바위가 보이지? 너희들은   덤불 속에 꼭꼭 숨어 있기만 해! 때가 되면 내가 신호를 줄 거고, 그때 한꺼번에 쏜살같이 달려 나오는 거다."


늑대는 일부러 양치기에게 훤히 보이는 방향을 골라 양 떼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몸은 낮추지 않았고 고개는 꼿꼿이 세웠다.


늑대를 발견한 양치기는, 깜짝 놀라서 '늑대가 나타났다!'를 다급히 외치며 꽹과리를 세차게 두드렸다.


그러자, 늑대는 잽싸게 내빼고 달아나 멀찌감치 물러 서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서 앞다리를 높이 들어 흔들어 대고, 꼬리를 쫓아서 정신없이 맴을 돌며, 온갖 우스꽝스러운 짓들을 한바탕 벌였다. 그러던 늑대가, 동네 사람들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자, 가까이 있는 풀숲에 재빨리 숨어 버렸다.


허겁지겁 산등성을 뛰어올라 온 동네 사람들이 양치기와 무언가 실랑이를 벌이는데, 자꾸 피식피식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양치기에게 동네 사람들은 화를 냈다. 그렇게 얼마인가 시간이 지나자 동네 사람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투덜투덜하면서 마을로 돌아갔다.


쨍쨍한 태양이 중천에 걸리자 늑대는 똑같은 짓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늑대의 춤은 더욱 격렬해졌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뛰어 올라온 동네 사람들 더욱 크게 화를 냈다.


어스름 무렵에, 드디어 늑대의 세 번째 시도! 양치기는 '늑대가 또 나타났다. 도와주세요. 정말이에요!'를 목청껏 외쳤고, 꽹과리 역시 깨질 듯이 요란하게 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네 사람들이 오지를 않았다.


그때였다. 늑대가 옳다구나 미소를 씨익 짓더니 크~게 소리를 질렀다.


"어우 어어우 어~우어! (얘들아 식사 시간이야!)"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계곡 아래에서 몰려오는 수십 마리 늑대들! 양치기는 새파랗게 겁에 질려서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을 놓고 말았다.


늑대 무리는 하루 종일 주렸던 배를 천천히 아주 양껏 채웠다. 그 많았던 양들은 새끼 한 마리 살아 남지 못 했다. 푸르른 풀밭이 양들의 붉은 피로 온통 물들었다.


위험은 우연이 아니다. 위험에게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지는 여러 사건, 상황들에 마음이 불편하던 차에 불현듯 이솝우화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위험보다 위험에 대한 경고를 더 우려할 때가 많다.


p.s. 들리는 소문으로, 양치기 소년은 동네에서 쫓겨나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쓸쓸하게 객사했다 한다. 그러므로, 양 떼 도륙 사건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이제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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