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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Feb 12. 2022

[한자썰12] 桑, 뽕잎이 사라지다

비단, 전설의 재구성

(뽕나무 상) : (오른손 우) x 3 + 木(나무 목)


桑(뽕나무 상)은, 그 갑골문이나 금문으로 보면, 잎이 무성한 영락없는 뽕나무다.(1, 2) 그 표현의 리얼함 때문인지 한대(漢代)에까지 이르는 꽤나 오랜 세월에도 불그하고 그 모양에는 변함이 거의 없다.(6, 7)


뽕나무 잎을 따먹여서 누에를 치면, 그 누에가 변태과정에서 장장 1.2Km짜리 실을 분비물을 뱉아서 겹겹히 둘러 질기고 부드러운 고치를 만든다. 그 고치를 적절히 삶아 낸 다음에 고치실을 역으로 풀어서 잦으면 명주실이요. 그 실을 베틀에 걸어 한옳짜내면 그게 비단이다.


비단은, 고대 중국에서 오늘날의 반도체에 버금가는 첨단산업이다. 그러니, 桑은 소’부’장’(素部裝) 중 '소'쯤에 해당한다 하겠다.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소전에 이르면 그 무성했던 뽕잎들은 손을 뜻하는 又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뽕나무 위에서 사라진다.(5) 뽕나무를 가리키는 상징 개념이 '뽕잎'에서 '뽕잎 따는 손'으로 옮겨 가는데,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주체 또는 그 주체의 목적'이 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桑자는, 문명화 과정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가는 지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문명이 미약한 단계에서, 인간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로 인식한다. 그러다가, 문명화가 어느정도 진행되면서 인간은 자연을 점점 더 이용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자연의 실제 모습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약해지고, 자연을 이용하는 주체로서의 인간 자신 또는 인간의 목적(또는 욕망)을 부각시켜 자연을 인식하게 된다. 桑에서 뽕잎이 사라진 이유가 그러하지 싶다.


은상(殷商)과 주(周) 대에, 비단산업은 황실이나 귀족 등 상류층에 한정되었고, 지리적으로 북방에 몰려 있었다. 그런데, 춘추전국을 거치면서 산업과 무역이 융성하면서 비단산업은 크게 발전하고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이 시대에 비단의 종류는 금(錦) · 호(縞) · 소(素) · 백(帛) · 기(綺) · 곡(穀) · 나(羅) · 사(絲) · 환(紈) · 수(繻) · 아(阿) 등으로 허다하다. 한대에 이르면 세칭 한견(漢絹)이라는 브랜드로 유행한 견직물의 종류는 28종으로까지 증가했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인 산업 발전이라 해야 하겠다. 바로, 이 시기의 중간에 놓인 통일 중국 진에서 桑의 머리 모양이 바뀐 것이다. 주)


그 먼 옛날에 비단의 종류가 뭐 그렇게 많았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주류 문화의 다양성이란 그런 것이다. 현대의 자동차를 보자! 승용차, 화물차, 승합차, 세단, 왜건, SUV, 벤츠, BMW, GM, 현대/기아…! 용도, 형태, 브랜드에다 모델, 트림까지 세분하면 차종의 수는 아마도 수만 종을 족히 넘길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따르면, 삼황오제 중국 전설의 시대에 황제 부인인 누조(嫘祖)가 '누에의 신'(잠신(蠶神))의 계시에 따라 비단을 손수 짜서 황제에게 바쳤는데, 그것이 비단의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허나, 이를 믿을 바는 아니니 사마 형님이 했던 것처럼 전설 하나를 지어 본다.


옛날 옛적에 사람들은 뽕나무에서 채집한 누에고치 에서 번데기를 꺼내 삶아 먹었다. 번데기는 힘겨운 사냥이 필요없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어느 날 볕 좋은 돌담 아래에 버리려고 모아둔 고치 더미에서 작은 빛 하나가 반짝하는 것을 한 농자가 발견했다. 풀려나온 고치 올 끝에 햇살이 살짝 걸렸던 게다. 농자는 그 올을 조심스럽게 풀어 여러 가닥을 엮어 실을 잦았고, 그 실을 베틀에 걸어 비단을 짜냈다. 이 소문을 전해 들은 황후 누조는 비싼 값을 치르고 그 비단을 가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농자는 황궁에 불려 들어갔고, 그 후로 그에 대한 소식은 알려진 바가 없다. 누조는 평생토록 황제의 총애를 받았고, 비단 짜기는 황궁의 비법으로 오랫동안 은밀히 지켜졌다.


그러나, 한낱 끼닛거리 번데기와 달리, 귀하고 값진 비단이 황궁 높은 담장 안에 갇혀 있을 리는 만무하다. 뽕나무 밭은 푸르고 너른 바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었고, 뽕 따는 손들은 무수히 바빠졌다.


주)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p.s. 다음 한자썰은 대추 조(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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