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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Feb 11. 2022

[한자썰11] 化, 삶과 죽음의 일체

존재의 본질, 모순!

化(될 화): 人(사람 인) + 匕(비수 비)


化의 갑골자는, 한 명(人)은 바로, 다른 한 명(匕)은 거꾸로, 그렇게 두 사람이 등을 맞댄 모습이다.(1, 新附1) 그러니, 匕는 그 새김이 비수이지만, ‘거꾸로 있는 사람’과 비슷해서 그 생김을 빌어 쓴 그 냥 모양자일뿐이다. 이 두 명은 각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나타낸다. 그래서, 化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변화’의 의미 말고도, ‘태생’으로도 쓰이고 동시에 ‘죽음’으로도 쓰인다. 이것은 化가 윤회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의 구실이 되기도 한다.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흥미로운 점은, 하나의 글자가 완전히 정반대인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여기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변화하는 과정, 즉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한자썰9] 世, 이파리 세 닢 교훈'에서 본 世의 교훈과 다르지 않다.


구분해서 나누어 보려 하지 말고, 통째로 즉, 하나(一體)로 보는 관점, 존재를 부속의 조합이 아니라 조화로운 전체로 이해하는 방식, 부분에 불과한 보이는 것에 연연해서 실체를 자신하지 않는 겸허함! 그런 것들이 化에 들어 있다.


무슨 사이비 교주 요설 같지 않은가? 아니다. 현대 과학도 이런 입장에 동조한다.


빛의 파동설과 입자설을 놓고 과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업치락 뒤치락 싸웠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두 이론은, 아인쉬타인은 광양자설로 통합된다. 그는 빛을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파동과 입자가 공존할 수 있음을 밝힌다.


하이젠베르크의 양자현상에 대한 불확정성 원리도 그렇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측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되면 운동량의 불확정도가 커지고, 반대로 운동량이 정확하게 되면 위치의 불확정도가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입자의 진술은 통계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呵呵。


그런데, 이런 과학이론이 化와 서로 통함이 있다는 것이다. 서양 물리학자들이 힌두교, 중국사상, 불교나 도교, 선과 같은 동양철학이나 종교 속에서 현대물리학의 발견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니 참 신통방통할 노릇이다. 주)


우리가  아는 모순(矛盾)이라는 말은, ‘어떤 방패도 뚫는  ‘어떤 창도 막는 방패 함께 파는 어리석은 상인에 대한 고사성어다. 소시 ,  고사를 한문 시간에 배우면서  우스꽝스럽다 생각했다. 그런데, 기실은 그게 아니었다. 矛盾은  맥락이 化만큼이나 심오하다. 그저 우스개 한담(閑談) 아니라, 고대 중국인들이 존재를 이해하는 통찰이  어리석은 이야기에 깃들어 있다.

때는 전국시대, 초나라 땅 어느 번잡한 시장 통에서, 구경하던 누군가가 창으로 방패를 뚫어 보라 소리치자, 상인은 황급히 좌판을 접고 그대로 줄행랑을 놓는다. 그런데, 이걸 본 사람은 없다. 짐 싸 들고 뒤돌아선 그 상인이 씨익 지은 미소를…. 그 상인이 도통한 도사님이었음에다. 아니, 어쩌면 아인쉬타인의 전생일 수도 있다.


멋지지 않은가! 인생, 그거 해부학이 아니다. 속속들이 가르고 나눠서 이게 맞고 저게 틀리고 난리 부르스 치며 살 필요 없다. 하물며 오늘 잠깐 본 것, 지금 들은 것을 가지고 이게 답이라 하는 것은 몹시도 어리석다.


“이 세상에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吃吃。

주) '현대물리학의 동양사상(The Tao of Physics), 프리초프 카프라'에서 주섬주섬 읽음.


p.s. 다음 한자썰은 桑(뽕나무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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