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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Feb 25. 2022

[한자썰20] 酒, 주유자적

귀하고 맑은 술에 취하다.

酒(술 주): 水(물 수) + 酉(닭 유) 주)


酒(술 주)는 물(水)과 술(酉)이 합쳐진 글자다. 酉는 술이 담긴 항아리인데, 목보다 넓은 주둥이와 반쯤 차있는 술(一)이 잘 표현되어 있다.(1) 그래서, 酉가 원래는 그냥 술이었다. 후에 십이지에 열 번째 글자로 酉가 쓰이면서 그 상징인 닭이라는 뜻까지 추가되자, 술을 구별해서 가리키기 위해서 水(氵)를 붙이니, 그것이 酒(술 주)가 되었다.(2, 3, 4, 5)


醇(전국술 순), 군물을 타지 않고 진국으로 잘 익힌 술을 가리킨다. 享(누릴 향)이 사당(祠堂)을 그린 자이니, 醇은 제주(祭酒)로 올릴 만큼 깨끗하고 정선된, 아주 질 좋은 술이다. 그래서, '그 사람 순박하다'에서 보통은 淳朴을 쓰지만 醇朴이라고도 한다.


혹여, 이러저러 하게 삶에 묻은 때가 많아 자신이 淳朴하지 못하다 자책이 된다면, 그때는 특별히 진하고 품질 좋은 술을 한 병 장만해서 그윽히 취해 보시길 권한다. 술 취한 이는 원래 그 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법이니, 맑은 술에 자신을 비춰 보면서 지내온 삶의 정화를 얻을 수도 있겠다 싶다. 취기가 후끈 오를 때쯤이면 醇과 동화되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기급적 그럴 때는 혼술(독작(獨酌))이면 더 좋다.


月下獨酌/李白


...(전략)

三杯通大道(삼배통대도), 석 잔이면 대도에 통달하고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나

但得酒中趣(단득주중취), 그저 취해 얻은 즐거움이니

勿爲醒者傳(물위성자전), 깨인 이들에게 전하진 말라

(중략)...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홀로 술, 마주 할 이 없으니
擧盃邀明月(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불러서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 더부니 세 벗이로세

(후략)...

당대(唐代) 막강 주당 이백(701~762)이 이러하니, 혼술의 예찬이 참 유구하다. 이 분, 술에 취하면 도인이 되고 신선도 되었다 하니, 혼자라서 술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밤하늘에 높이 떠 있는 달도, 발 밑에 따라다니는 그림자도 그저 친구 삼는 태백이 부럽다.


사족, 1년 가까이 쉬다가 재취업 기회가 생겨서 다시 출근을 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생활전선에 가장 먼저 반기는 전우가 친구와 술이다


삼일 연짱으로 취중 귀가하면서 문득 든 생각. 술은 평생 나를 챙겼는데, 내가 너를 위해 해 준 게 없구나, 미안하다! 그 사과의 뜻으로 당분간은 술 얘기로 한자썰을 풀어 보려 한다.


주) 돌아보니 술 마신 세월이 40년에 가깝다. 한 번쯤 술에 대한 생각을, 예의를 갖추어 정리해 봐야 하겠다. 대뜸 살펴보니 술로 만연한 인생들이 놀랍다.


p.s. 다음 한자썰은 醵(추렴할 갹/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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