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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Feb 27. 2022

[한자썰23] 酬, 술에 대한 무고

수작, 그저 주흥으로...

酬(베풀 수): 酉(닭/술 유) + 州(고을 주)


酬(베풀 수)에서 州(고을 주)가 물이 풍부한 땅을 뜻한다. 유속이 느려지는 하천 하류의 중앙에는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여 모래톱을 만들어 진다.(1, 2, 3) 그래서, 川(내 천)에 점 세 개를 더한 州는 원래 그 모래톱을 가리켰다. 모래톱이 형성된 지역은 당연히 물이 풍부하고, 토양은 부드럽고 기름져서 농경에 유리하니 사람들이 부락을 이루어 살기에 알맞다.

그러다 보니, 차차로 州는 모래톱이 아닌 마을, 동네를 가리키게 되었고, 모래톱은 水(氵)을 좌변에 붙여 洲(물가 주)라 구별해 부르게 된다. 주 1)


酬(베풀 수)는 그래서, 하천이 작물을 키우기 위해 물을 전답에 흘리듯, 술을 '보답으로 베풀다', '(잔에)돌리다', '권하다'는 뜻이다. 회사가 주는 월급을 우리는 보수(报酬)라 부르는데, 우리가 유난히도 월급날에 술을 많이 마시는 이유가 어쩌면 酬자 탓일지도 모르겠다.


'수작(酬酌) 부린다'에서 酌(술부을/잔질할 작)은 술(酉)을 국자(勺(구기 작))로 푼다는 뜻이다. 그러니, 수작은 무언가 보답을 위해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시는 장면이다. 술에 얼근히 취하면 엉큼한 속내나 속 보이는 짓을 감추질 못한다. 그래서, 술 취해서 평소에 못 하던 아쉬운 얘기하는 걸 가리키는 '수작 부린다'는 말이 생겼다 한다. 여자 꼬시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 2)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酌(술부을/잔질할 작)에는 '헤아린다', 즉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추측으로 미루어 파악한다는 의미가 있다. 옛날에는 유리로 만든 술병이 귀하니 도자병에서 남은 술의 량을 눈으로는 알 수가 없다. 술 따르는 손에 잡히는 술병의 울림과 무게, 서로의 말과 행동에 섞인 취기, 주인장의 눈초리 등을 살펴 남은 술을 짐작한다. 남은 술을 짐작해야 안주를 추가할지, 자리를 파할지, 좀 더 천천히 마실지를 가늠하지 않았겠나! 그러니, 酌은 배려이고 예의다. 하지만, 그런 애매함과 은근함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씌워져, '수작 부린다'라는 무고를 씌운 것이다. 주 3)


수작(酬酌)은 그 말의 액면 그대로 서로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부딪는 것일 뿐이다. 친구 사이일 수도 있고, 선후배일 수도 있고, 부모 자식일 수도 있고, 사제 간일 수도 있다. 그러니, 수작을 '부리다'로 폄하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 마음을 열게 하고 몸을 풀게 하여 사귐과 언행에 진심을 보태도록 돕는 술에 대한 모독이다. .


사족, 한번 더 생각해 본다.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술자리 수작에 넘어갈 사람이 도대체 있기나 한 건가?! 술 마실 때나 잠깐 통하는 불순한 수작은 다 헛빵이니 제발 그러지들 마시면 좋겠다. 나쁜 짓 도모하는 온갖 모사꾼들의 수작이 문제인 게지, 보통의 수작은 그냥 주흥에 겨워하는 부추김일 뿐이니 권장하고 권장한다.

 

'제발 수작 부리지 말고 수작 즐기시기 바란다.'


주) 1. 삼각주는 三角州가 아니라 三角洲라 써야 맞다.

2. 구기는 국자 보다 짧고 뜨는 부분 깊이가 얕은 취식 기구다. 국자가 구기가 변한 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3. 그냥 술을 예찬하기 위한 고집이니 따지지 마시고 너그럽게 봐 주시면 좋겠다.^^


p.s. 다음 한자썰은 醉(취할 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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