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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r 09. 2022

[한자썰28] 醬, 고기와 번갈은 시간

고추장, 된장의 원조는 육장!

醬(장 장) : 爿(널조각 장) + 肉(고기 육) + 寸(마디 촌) + 酉(술 유)


醬(장 장)은, 잘게 자른 고기(肉)에 소금과 다른 첨가물(爿)들을 정해진 비율(寸)로 넣어서 잘 섞어 발효숙성(酉)시킨 음식, 육장(肉醬)을 가리킨다. 爿은 牆(담장 장)의 생략인데, 원래는 추수한 곡물을 울타리를 쳐서 잘 보관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담은 흙과 짚, 돌 같은 다양한 자재를 골고루 써서 쌓는다. 寸은 손끝에서 손목까지의 길이를 나타내는데, 법규 또는 기준을 뜻한다. 이 둘이 합해서 醬은 여러 가지 재료들을 그 정해진 량에 맞게 모아 고루 섞어서 장시간 묵혀 둔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醬은 귀한 음식이었다. 오염되지 않은 엄선한 고기를 재료로 쓰고, 구하기 어려운 값진 첨가물들을 잘 섞어야 하며, 장시간을 기다리면서 익혀야 하는 음식이다. 허니, 고대에는 문묘나 사당에 올리는 배식품(配食品)으로나 쓰였을 따름이었다. 13세기 명대에 이르러서야 콩을 재료로 쓰기 시작하면서 겨우 대중화되어, 음식 요리에 널리 쓰이는 조미품(調味品)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귀천(貴賤)과 도농(城鄕)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만들어 나누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예서에서 해서가 생기면서 醬자에 육달 월(肉=月)에서 획 하나가 자취(夕)를 슬쩍 감춘다. 주)

醬은, 콩류, 밀가루, 육류와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가 먹는 된장을 두장(豆醬, 도우쟝)이라 하고, 간장은 장유(醬油, 쟝요)라고 부른다.


주재원 시절에 만난 한족 친구들도 된장찌개, 두장탕(豆醬湯, 도우쟝탕)에 대해서는 김치찌개와 달리 거부감이 훨씬 적고, 되려 일부러 즐기는 이들도 꽤 있었다. 그 뿌리에 장(醬)문화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하물며 조선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사족, 간장(간醬)에서 '간'은 한자가 아니다. 얼핏 보기에 중국말스럽지만 중국말에는 그런 말이 없고 장유(酱油, 쟝요)라고 부른다. 메주을 오래 우려 달인 짠물이 간장인데, '간을 맞추다'라고 할 때 '간'이라는 말이 염도를 뜻하니, 간장은 짠장, 즉 염장(盐酱)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중국 사람들은 기름(油)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뜨지 않는 간장을 이상하게도 장유(酱油, 쟝요)라 부른다. 흑초(黑醋)인 중국의 검은 빛깔 식초와 헷갈리기 쉬우니 중국 식당을 가면 참고할만 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조만간 끝나고 중국과 격조해진 사이가 회복되면, 이른 시일 안에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북경의 고색창연한 거리를 걷고 싶다. 후통(胡同) 귀퉁이에 빼꼼히 자리한 허름한 식당에 쉬엄쉬엄 앉아서 삐뚤빼뚤한 물만두(餃子) 한 톨을 흑초 섞은 장유에 살짝 찍어 그윽하게 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주) 이 글에서는 구별을 하지 않았지만, 소전을 지나 해서에서부터는 육달 월(月)이 夕(저녁 석)으로 바뀐다. 醬(장 장)을 만드는데 재료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 재료의 종류에 따라 숙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중요해진 게다. 콩도, 밀도, 그리고 온갖 것들로 장을 만들 수 있게 되니, 그 변화에 충분히 수긍이 된다. 글자 모양을 해치지 않고 뜻은 바꾸고 싶어 짧은 획 하나만 살짝 들어낸 위트가 앙증스럽다. 미묘한 차이지만, 그 작은 차이 속에서 뜻을 찾아내는 한자 공부가 마치 보물찾기 같다. 


p.s. 다음 한자썰은 못 정했습니다. 술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치려 합니다. 혹시, 알고 싶은 한자가 있으면 댓글 주시기 바랍니다. 더욱 열심히 연구해서 나누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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