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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r 07. 2022

[한자썰27] 妖, 아리따움과 요사함

그 복잡함에 대해서...

妖(요사할 요/아리따울 교) : 女(계집 녀) + 夭(일찍죽을/어릴 요)


妖(요사할 요/아리따울 교)는 여성(女)이 夭(일찍죽을/어릴 요)하다는 글자이다. 그러니, 夭(일찍죽을/어릴 요) 자의 뜻에 따라 그 뜻도 달라진다. 갑골자에서 夭는 양팔을 교차해서 휘저으며 달려가는 사람이다.(1, 2) 走(달질 주)와 奔(달릴 분)의 갑골자가 (A)이고 (B)인데, 그 상단부가 夭의 갑골자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그러니, 妖(요사할 요/아리따울 교)는 '달리는 여자'다. 자유분방하게 양팔을 아래 위로 흔들면서 바람을 가르고 뛰어가는 여자다. 왕조현 주연 홍콩 무협영화 <천녀유혼(天女幽魂)>이 생각난다. 주 1)


夭는 소전에서부터 양팔이 구부러진 사선에서 수평으로 그 모양이 변하고, 대신에 머리 부분에 기울어진 삐침 획(撇)이 붙는다. 똑같은 하나의 글자 夭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동태적이고 진취적이었던 모양에서 정태적이고 보수적으로 급반전하게 된다.


'요사하다', '요염하다', '괴이하다', '재앙', '요괴', 그리고 '아리땁다'...! 妖의 의미들이 이렇게 복잡하고 서로 상반된 이유는 위에 '夭의 자형변천'에 추가하여 그 해석의 분분함에 있다. 妖의 다양한 의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夭를 좀 더 살펴봐야 한다. 크게 세 가지 해석으로 나눌 수가 있다.


구불구불하다는 뜻이다. 갑골자에서 양팔이 아래위로 굽어 있는 것에 착안한 것인데, 요교(夭矫)/아름다운 곡선 모양, 요교(夭娇)/구불구불하고 기세 있는 모양 등인데 현대 중문에서는 문어에서만 주로 쓰인다. 주 1)


굴곡은 식물의 씨가 발아해서 기어이 딱딱한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의 생태를 닮았다 해서, 夭는 초목의 '무성함(茂盛)'과 '아름다움과 행복함(美好)' 그리고 그런 것들을 '칭찬한다(褒揚(포양))'는 뜻도 담고 있다. 우연히도 夭은 새싹을 뜻하는 屯(진 둔)과 모양이 닮은 것이 그런 해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조금 이상하겠지만 똑같은 현상을 반대로도 해석한다. 모든 동식물이 유년기에 위약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억제와 학대를 받아 일찍 죽는 경우(早亡)가 많다. 요절(夭折,어린 나이에 일찍 죽다)이 그 용례다. 같은 글자가 정반대 뜻을 가진 경우는 한자에 허다하다. 이미 앞에 글에서 썰한 적이 있지만, 모순을 통해서 현상을 인식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사고방식이다. 주 2)




종합하면, (요사할 /아리따울 )에는 곡선의 아리따움, 생명의 활기, 무성함과 행복함, 억압과 학대, 그리고 젊은 죽음의 그늘짐에 이르기까지 혼돈스러운 의미들이 난립한다. 게다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요괴로 변신하고, 유혹하고, 속이고 해치며, 정신줄을 뺐고.....  하지만, 평소에는 조신하고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자신을 감추고 있다. 夭의 변신처럼!


안타깝게도 현대에 妖(요사할 요/아리따울 교)는 아리따움의 의미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필자가 한자사전, 중국어 사전, 국어사전을 죄다 뒤져 봤지만 그 어디에도 그 뜻이 아름답게 쓰인 말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주 넉넉하게 봐준다면, 피터팬에 등장하는 팅커벨에 붙여 주는, 요정(妖精)이라는 단어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요정 마저도 그 사전적 의미는 "1. 요사스러운 정령. 2. 서양 전설이나 동화에 많이 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로 무언가 음산하다.


진정한 아름다움과 숭고한 생명의 활기는 늘 질투와 억압으로부터 고통받고 외롭다. 妖자에는 분명히 무언가 음모적인 것이 도사려 있다. 이 글 대문 그림에 있는 마를린 먼로의 묘한 아름다움과 짧고 기구한 인생에 딱 맞는 글자다.


주) 1. (A)와 (B)의 하단부는 발이다. 발이 하나인 走(달릴 주)는 달리다 또는 걷다이고, 셋인 奔은 급히 달리다이다. 그런데, 발이 셋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위치가 다른 발들을 찍은 그림 여러 개를 빠른 속도로 눈앞에서 바꿔가는 게 동영상이다. 발의 개수가 비정상인 이유다. 갑골자의 리얼함이 재미있고 놀랍다.

2. 참조 : [한자썰11] 化, 삶과 죽음의 일체


p.s. 다음 한자썰은 醬(장 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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