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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r 15. 2022

[한자썰33] 教, 가르쳐서 배움

얽히고설켜 행복한 학교!

教(가르칠 교): 爻(사귈/가로 그을 효)+子(아들 자)+攵(칠 복)


(가르칠 ) 말로는  되니  알아먹도록() 어린아이()에게 회초리() 든다는 글자다.(2, 3, 4, 6, 9~16)  흘리게 어린아이를 상대해도 매를 들어야만 한다니 그만큼 가르치는 일이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야만적인 훈육 방식이라  수도 있겠지만, 그리  옛날 일이 아니다. 우리 소싯적에 선생님 치고 짧은 작대기 정도 끼고 다니지 않으신 분이 드물다. 당신 키보다  이젤대를 지고(?) 교단을 올라 호령하시던 3  () 영어 선생님 기억이 난다.  작대기를 교편(敎鞭)이라 하는데, ‘가르칠  ‘가리키는   용도라 하지만, 사실은 그건 거짓말이다. () 채찍이니 말이다. 갑자기 볼기가 후끈하다.


敎(가르칠 교)나 教는 같은 자다. 해서의 서법 상으로 글자 모양을 가급적 방형(方形)으로 맞추려다 보니 일부러 머리 부분 X를 十로 45도 틀어 세운 것일 뿐이다. 그러니, X 둘을 겹친 爻는 教의 자형변천 전 과정을 줄곧 해서 따라다닌다. 그 이체(異體)들도 마찬가지다.(4, 5, 7, 8, 10, 11) 주 1)


이 효(爻) 자는 지식(=배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씨줄과 날줄이 가로세로로 한 올 두 올 엮여서 피륙을 짜듯이, 서로 다르거나 비슷한 앎들을 하나씩 배워서 잘 갈무리한 것이 지식이다. 그런데, 하나의 지식으로 완전한 것이 없으며, 그 낱낱의 지식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야 올바른 지식이 된다는 상징으로, 선 두 개를 엇갈린 X를 다시 두 개 겹쳐서 효(爻)를 만든 것이다.

學(배울 학)자 머리 부분에도 그 효(爻)가 들어가 있다. 아이들(子)을 학교(冖, 집))에 모아서 지식(爻)을 가져가도록(臼, 아래로 향한 두 손 ) 하는 것이 學(배울 학)이다.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도 그 대상이 지식이니 참 그럴듯하다. 소켓에 전구가 끼워지듯, 爻는 教와 學을 연결하는, 지식은 가르침과 배움을 연결하는 소켓이다. 주 2)


이렇게, 효(爻)로 연결된 教와 배울 學이,  사실은 고대에 그 뜻이 같았다. 지금처럼 가르침과 배움으로 뜻을 나누어 쓰지 않았다. 한자 사전을 아랫부분까지 잘 살펴보면, 이 두 글자들은 ‘가르치다’와 ‘배우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 배열 순서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뜻에 맞춰 교차되어 있을 뿐이다.


斅(가르칠 효)가 그 증거다. 두 글자가 뜻이 같으니 굳이 헷갈리게 따로 쓰지 말고 섞어서 새로운 글자 하나로 뚝딱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쩐 연고인지 알 수는 없으나, 教는 가르치다로 學는 배우다로 그 뜻이 굳어졌고, 그와 함께 斅(가르칠 효)는 용도 폐기되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사족, “가르치면서 배운다”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을 가끔 본다. 겸양이시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말씀에 지혜가 있다. 그게 바로 교학(教學)이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고 소켓에 끼워진 전구가 불을 밝히듯이 함께 섞여서 세상을 밝히는 것이다.


校(학교 교)는 널빤지 모양의 나무 차꼬(木)에 묶여 양발이 교차(交)된 사람, 즉 죄수다. 그래서, 옛날에는 죄수들을 가두어 교화(敎化)시키던 기관을 校(학교 교)라 불렀다. 점차 그 장소보다 그곳에서 하는 일인 교화가 부각이 되면서 지금처럼 학교의 의미로 쓰이게 된다. 그러니 교도소(矯導所)를 교도교(矯導校)라 불러 봄 직도 하다. 하긴 거기 다녀오신 분들이 그곳을 학교라고 부르기는 하더라...!   


한자변천으로 보면, 학교(學校)를 그저 '학생이 배우는 곳'이라 하면 조금은 부족하다.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라 정의해야 더 정확하다. 그런데, 우리 학교가 많이 어렵다. 교육이 제 갈피를 잘 잡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학교 안에서 행복하지를 않다. 옛날에 감옥으로 쓰이던 교(校)가 되어서야 어디 쓰겠나! 그 해법이 교(教)에 그리고 학(學)에 있다.


주) 1. 이체(異體) :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한자(漢字) 이외의 자체(字體)

2. 절구 구(臼) : 모양이 절구를 닮아서 절구라 하지만, 원래는 양손을 아래로 뻗은 모양이다. 모양일 때는 전자, 뜻일 때는 후자, 두 가지로 다 쓰인다.

   

p.s. 다음 한자썰은 改(고칠 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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