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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r 16. 2022

[한자썰34] 改, 내 손에 잡은 몽둥이

개혁은 나부터...!

改(고칠 개): 己(몸 기) + 攵(칠 복)


改(고칠 개)는 몽둥이(攵)를 들이대면서 사람(己)을 위협하는 장면이다. 내 뜻을 잘 따라주는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을 테니, 나를 반대하는 상대방이 나를 따르도록 변화시키는 게 바로 개(改)다. 그런데, 세상 곡절 두루 겪어 생각과 행동이 이미 꺾이고 휘어져 이미 굳어진 사람(己)을 변화시키기란 여간만 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 1)


敎(가르칠 교)에서처럼 어린아이(子)가 아닌 다 큰 어른에게는 아무리 신통방통한 배움일지라도 통하지를 않는다. 백효(百爻)가 무효(無效)이니, 부득불 몽둥이에 손이 간다.


교(敎)와 개(改)는 사람이 변화시킨다는 같은 의미지만, 교(敎)는 가르침에 동의한 배움을 통해서 만든 변화이고, 개(改)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부의 압력과 강제에 의해서 억지로 생긴 변화라서, 둘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개혁(改革)이라 하지 교혁(敎革)이라 하지 않는 이유다.


개(改)에 혁(革)이 어울리는 이유는, 혁(革)에도 강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살과 기름을 깨끗이 발라낸 동물 가죽을 바짝 당겨 늘려서 잘 말렸다가 유화제를 흡수시켜 부드럽게 만드는 무두질을 통과해야만 가죽의 원래 형질이 변화되어 비로소 혁(革)이 된다. 동물 가죽에 자기 의사라는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자기 의지에 상관없이 맞이하게 되는 극한 변화를 나타내는 말이 혁(革)이다. 그래서 혁을 극으로도 읽는데, 그때는 '중해지다', '엄하다', '지독하다'의 뜻이 된다. 그래서 혁명(革命)이 과격할 수밖에 없다. 주 2)


사족,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개(改) 자에는 그런 함의가 담겨있다. 몽둥이에 맞을 것이 두려워 말과 행동을 바꾼 사람에게 그 생각과 습관까지 바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이미 어른 된 자로서 敎(가르칠 교)가 통하는 어린아이(子) 마음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예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던가!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 敎와 改의 교훈을 이천 년 전에 예수께서도 설파하셨음이라.


방법은 딱 하나다. 몽둥이(攵)를 상대의 손에서 내 손으로 옮겨 잡으면 된다. 몽둥이의 주인이 내가 되게 하라! 나를 진정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나뿐이기 때문이다.


주) 1. 改의 갑골자는 기(己, 사람) 자 자리를 이(已, 이미/벌써) 자가 대신한다.(1, 2, 3) 已(이미 이)는 아직 태중에 있지만 다 자라서 출산에 임박한 태아를 가리키는데, 그래서 '이미', '벌써'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도,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다르지 않다.

2. 혁(革)은 동물의 가죽을 무두질하는 그 모양대로를 그린 상형자다.

p.s. 다음 한자썰은 藝(재주 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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