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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r 20. 2022

[한자썰36] 好, 에로틱 아닙니다.

좋은 것의 전형...!

好(좋을 호): 女(여자 녀) + 子(아들 자)


好(좋을 호)는 여자(女)와 아들(子)을 함께 그린 글자다. 好의 자형 변천 내도록 두 글자의 이 결합 구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 글자 간에 순서가 바뀐 적이 몇 번 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인다.(1, 4, 5)


그런데, 이 好를 '남자와 여자가 붙어 있으니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각 글자의 새김말이 엄연히 여자와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好(좋을 호)는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봐야 한다. 갑골문에서는 녀(女)가 모(母)와 혼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모습은 왜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입장 마다 다를 수 있다.


우선, 어머니가 좋다. 실제로 출산은 산모에게 큰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게다가 아들이다. 남아선호는 고대에 일반적이었다. 다음은, 아기가 좋다. 어머니 품에 안겨서 젖을 빠는 아기의 평화로운 모습을 떠올려 보면, 달리 더 행복할 장면이 세상에 별로 없다.


세 번째는, 아내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이 좋다. 남편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의미 중 하나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누구에게 좋으냐가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좋다는 것이다. 아내와 아들이 함께 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떨어져서 지켜보는 남편 또는 아버지, 이 삼각관계가 굉장히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父+子, 女+男, 女+夫, 男+子가 결합시켜 놓고, '좋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가 없는 이유다. 주)


好(좋을 호)를 두고 모계사회의 흔적이라 하는 이도 있다. '좋다'라는 가치의 구성 주체에서 남자가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대표가 상대적으로 가치를 지배하기 쉬우니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 해석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많이 어울린다.


좀 엉뚱한 예이기는 한데, 5월 8일이 원래는 1956년에 지정될 때에는 어머니날이었다. 어버이날이라 불리기 시작한 지는 1973년부터다. 어머니날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가 귀중하니 특별히 날을 정해 기려야 한다는 것이다. 好(좋을 호) 자의 취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전국에 아버지들이 5월 8일마다 마음 상해하니 위로 차원에서 억지로 만들어 준 이름이 어버이날이다.


그런데, 실제 생활도 다르지가 않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거나 독립을 하고 나니, 가족 내 모든 대화의 중심을 아내가 차지해 버렸다. 아이들이 안부를 물어도, 무슨 일을 알려도, 인생 상담을 해도, 심지어 아버지 의견을 묻는 것 마저도 모두 아내를 통한다.


아내와 아이들의 통화는 길고 수다스럽고 정겹다. 호호와 깔깔로 유쾌하고, 아부와 칭찬이 난무한다. 아버지와 아이들 간에 통화는 빈도가 가물에 콩 나듯이고 그나마도 내용은 식상하고 짧디 짧다. 바야흐로 아버지의 소외 시대, 신모계사회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의 탓도 아니고, 그리고 아버지가 그런 상황을 별로 싫어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이 바로 好(좋을 호)다.


사족, 오대남당(五代南唐)에 서개(徐锴)(920~974)라는 이가 好를 여자와 남자의 결합으로 해석한 적이 있다. 자(子)가 남(男)을 우회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며, 따라서 好는 남녀가 서로 사랑(相爱)하고 애모(爱慕)함을 뜻한다는 것이 이 분의 주장이다.


그런데, 필자는 그동안, '好가 원래 어머니와 아들인데, 요즘 세태가 하도 음란마귀(?)에 들어서 好를 여자와 남자로 착각하게 된 거다'라고 열심히 썰을 풀고 다녔다. 아마도 오대십국 어지러운 분란의 시대가 지금처럼 음란했거나, 그게 아니면 내가 근거 없는 낭설을 퍼트리고 다닌 꼴이다.


하지만, 한자사전에 있는 好의 새김말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보고, 그 자형 변천을 아무리 살펴봐도, 好를 성적(性的)으로 해석할 여지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주) 남(娚) 자가 실제 있기는 한데, 그 뜻이 재잘거린다, (여자 입장에서) 남동생 또는 처남을 가리키는 말이다.


p.s. 다음 한자썰은 女(여자 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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