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뱃살공주 Nov 07. 2023

호떡은, 사랑


 이 글은  좋은 생각에 실렸던 글이다   

  

 찬 바람이 불면 붕어빵이나 호떡 등 길거리 음식이 보이기 시작한다어릴 적 유난히 군것질을 좋아했던 나는 중년이 된 지금도 즐겨 먹는다특히 설탕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호떡을 먹을 때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세끼 밥을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래서 군것질은 절대 못하게 했다나는 군것질하느라 밥을 잘 먹지 않아 자주 혼났다.

 그랬던 아버지가 간염 진단을 받고 한두 잔씩 하던 막걸리를 마실 수 없자 군것질을 즐기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우리 과자를 몰래 먹더니 언제부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먹자고 다가왔다밥이 제일이라며 혼내던 무서운 아버지가 군것질에 빠져든 모습이 낯설면서 재미있었다

 고쉬는 시간호떡 가게에 들렀다가 아버지를 만났다아버지는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호떡을 먹고 있었다그 모습을 들킨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그날 이후 나는 아버지를 위해 호떡을 사 가곤 했다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호떡을 사 오는 둘째 딸이 효녀다.”라며 맛있게 먹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아버지는 따뜻한 밥 한 끼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단다배고픔이 한()으로 남아 가족들만큼은 제대로 먹이려 열심히 일했다

 세상을 떠나는 날육 남매에게 사랑한다아주 행복했다.”라고 말하던 아버지조만간 달콤한 호떡을 들고 뵈러 가야겠다.(2018년 1월호)

     

 요 며칠 가을인데도 반소매를 입을 정도의 날씨였다어제저녁부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옷이 두툼해졌다날씨가 추워지면 늘 생각나는 간식이 호떡이다아울러 뜨거운 설탕물을 후후’ 불던 아버지도 생각난다()이 모든 걸 챙길 수 없어 부모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고들 한다내가 부모가 돼보니 그게 정답임을 알 수 있었다돌아가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인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미안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