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좋은 생각’에 실렸던 글이다.
찬 바람이 불면 붕어빵이나 호떡 등 길거리 음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릴 적 유난히 군것질을 좋아했던 나는 중년이 된 지금도 즐겨 먹는다. 특히 설탕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호떡을 먹을 때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세끼 밥을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군것질은 절대 못하게 했다. 나는 군것질하느라 밥을 잘 먹지 않아 자주 혼났다.
그랬던 아버지가 간염 진단을 받고 한두 잔씩 하던 막걸리를 마실 수 없자 군것질을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 과자를 몰래 먹더니 언제부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먹자고 다가왔다. 밥이 제일이라며 혼내던 무서운 아버지가 군것질에 빠져든 모습이 낯설면서 재미있었다.
고3 쉬는 시간, 호떡 가게에 들렀다가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호떡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들킨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 나는 아버지를 위해 호떡을 사 가곤 했다.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호떡을 사 오는 둘째 딸이 효녀다.”라며 맛있게 먹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아버지는 따뜻한 밥 한 끼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단다. 배고픔이 한(恨)으로 남아 가족들만큼은 제대로 먹이려 열심히 일했다.
세상을 떠나는 날, 육 남매에게 “사랑한다. 아주 행복했다.”라고 말하던 아버지, 조만간 달콤한 호떡을 들고 뵈러 가야겠다.(2018년 1월호)
요 며칠 가을인데도 반소매를 입을 정도의 날씨였다. 어제저녁부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옷이 두툼해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늘 생각나는 간식이 ‘호떡’이다. 아울러 뜨거운 설탕물을 ‘후후’ 불던 아버지도 생각난다. 신(神)이 모든 걸 챙길 수 없어 부모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고들 한다. 내가 부모가 돼보니 그게 정답임을 알 수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