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의 나에게
책 읽기를 하는 친구가 ‘이젠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다며 독서토론회를 가잔다. 세 명이 하고 있으니 한 명 더 오면 좋을 것 같다며 나에게 권했다. 나는 흔쾌히 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번 달은 설 연휴가 있어 천양희 님의 시집으로 정했단다. 나는 팔순을 넘긴 시인이 2024년도 발표한 시집을 선택했다. 시집을 펼친 순간 나는 그대로 멈췄다.
딱 한 줄
「일흔 살의 인터뷰」라는 시를 발표한 뒤
한 독자가 물었다
그 시에서
행복을 알고도 가지지 못할 때
운다고 했는데
「여든 살의 인터뷰」를 쓴다면
어느 때 웃는다고 쓰겠느냐고
나의 대답은
딱 한 줄
‘가진 것이 시밖에 없을 때 웃는다’
나는 일흔 살이 되면 무엇을 알고도 가지지 못해 울고 있을까? 여든 살엔 입만 살아서 하찮다고 나불대던 죽음을 잘 피해 다녔다고 웃고 있을까? 시 한 편을 마주한 나는 멍했다. 아득히 먼 일이 아닌 곧 다가올 일흔 살.
내 나이 일흔 살에 갖고 싶은 걸 써봤다. 꼿꼿한 허리와 그를 받치고 있을 허벅지. 그리고 살아있는 손가락 끝 감각. 사라지는 것보다 남아있는 게 많은 포근하게 늙어가는 힘. 쓰고 보니 욕조에 물이 넘치듯 쓸게 많았다.
그럼 나의 여든 살엔 무엇을 가져야 만 웃을까? 바라건대 여전히 지금처럼 자주 웃는 일을 만들 수 있길.
욕망 덩어리가 되어 하나 둘 써 내려가는데 문득 가슴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웃고 말았다. '칠십 되려면 몇 년 남았으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운동이라도 하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