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쑥쑥 자라게 해 주세요
세계적인 호화 도시에서 별이 쏟아지는 사막을 뒹굴다 돌아와 이틀째 되던 날. 뉴스에서 폭격 음이 들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버즈 알 아랍’(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오고 가면서 봤던) 외벽에 드론 파편이 부딪쳐 불이 나고 두바이 공항은 폐쇄란다. 바로 며칠 전 내가 돌아다녔던 곳인데.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쁜 숨이 절로 나왔다. 사막인데도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춤을 추는 도시.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보냈던 내 사흘이 험한 뉴스 사이로 날아다녔다.
수술 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기로 한 날이 다가오는데 내 오른쪽 허리가 문지방에 낀 손가락 끝처럼 아렸다. ‘괜찮을 거’라는 동네 신장 내과 의사 선생님 말씀에 요동치는 마음을 서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동행하기로 한 딸이 떨리는 목소리로 ‘스키장에 갔다가 정작 스키는 타지도 못하고 식당 앞에서 넘어져 발등을 다쳤다’라고 전화가 왔다. 이래저래 여행을 포기할까 했다. 하지만, ‘목발 투어도 괜찮을 것 같다’라는 딸 말에 아린 내 허리는 더 깊이 숨겨버렸다. 그리고 우리 둘은 작년 8월 병원행을 위해 갔던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왼쪽 발에 반깁스 한 딸 대신 여행 가방은 내 몫이었다. 짐꾼을 자처했던 딸은 목발에 기댔다. 허리든 다리든 우리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걱정을 공항 의자에 묶어두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우리 둘은 우리에게 닥친 소란스러움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독이면서 두바이, 아부다비를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6개월 된 환자답게 누적된 피곤에 자고 또 잤다. 덕분에 시차 적응이 끝나 여행 후일담을 풀어놓으려는데 내 귀에 박히는 폭격 음. 사막 도시에서도 예쁘게 피어있는, 피어날 꽃들 위로 공격 드론이 날아다니다니. 부모님들의 한평생 꿈이 될 아이들에게까지도…. 나는 입을 벌린 채 뉴스를 보며 여기저기서 달려드는 ‘귀국했니?’라는 전화와 문자만 받고 있다.
지난여름 어느 날. 내 귓가에서 앵앵대던 모기처럼 요란한 뉴스를 내 손으로 잡아버리고 싶다. 끔찍한 미사일 폭격이 내 손에 잡혀 목숨을 잃고 사라질 모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뉴스가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라면….
나는 여전히 벌렁거리는 가슴을 두 팔로 안았다.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서성거리는 두 발도 멈추고 뉴스를 껐다.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목에 넘기며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온 나를 감싸 안고 있는 다행에 말을 건넸다. 그곳에 위태롭게 서 있는 상상도 불가능한 두려움을 드론에 실어 호르무즈 해협과 대서양, 태평양으로 밀어버리라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