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도 잘하는 녀석^^
지난주 금요일부터 모레 수요일까지 기말고사다. 3학년은 대입 전형 때문에 이미 마무리되어서 정상수업이다. 1, 2학년만 시험 본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교육부 방침에 의해 2인 1조로 감독을 한다.
내년 2월 정년퇴직인 나를 포함한 3명은 1일 4교시 중 1시간만 감독이다.
시험 기간엔 거의 모든 선생님이 1일 3시간씩 감독을 한다. 퇴직 전 마지막 시험은 배려한다고 1시간만 하란다. 룰루랄라 엉덩이를 흔든다.^^
시험 기간이면 난 감독을 마치고 와도 쉴 시간이 부족하다. 보건실 앞에 요즘 유행한다는 ‘오픈런’ 하는 것처럼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오늘은 주말 지난 월요일이니 ‘바글바글’이다. ㅎㅎ
보건실을 오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여러 가지 이유 중 내 뒤통수를 치는 건
‘집에서 보건실 가라고 했어요,
알바 중 다쳤는데 돈이 없어요!
집에 돈이 없어 병원 못 가요 등’이다.
휴~후 여긴 학교지 병원이 아닌데…
2009년도 ‘신종플루’ 유행 당시엔
보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자! 줄을 서시오”라고 선생님들이 외쳐주기도 했다. 내가 출근하면 이미 30~40명 정도가 열과 두통을 호소했다. 수업 시작종이 울려도 꿋꿋하게 기다렸다. 집에선 별일 없었지만, 학교만 오면 아프다는 녀석들.
같이 놀았던 친구가 아프다거나 버스에서 기침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거나…
그때도 지금처럼 수없이 많은 이유를 대면서 그저 날 바라봤다.
전체 학생이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하면서 보건실 앞 대기 줄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오늘 1교시 시험은 수학이다. 두 눈 크게 뜨고 허리는 꼿꼿하게. 50분 동안 시험감독을 했다.
같이 감독한 선생님과 교실을 나서려는데 한 녀석이 날 부른다. 시험지를 불쑥 내민다.
수학 시험지 한쪽 귀퉁이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문제 다 풀고 그렸다고 자랑한다.
선생님으로 근무하면서 귀찮고 힘들었던 시간보다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이 많았던 것은
학생들 때문이다. 불쾌한 말과 행동으로 뉴스를 장식할 녀석도 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고 바른 녀석들이 더 많다. 그런 녀석들이 날 지금껏 이끌어줬다. 감동이 밀려온다.
<비 내리는 금요일 7교시 수업은 정말…!>
비 내리던 금요일 7교시 수업 때 ppt자료를 띄울 텔레비전에 이런 문구가 있어 울컥했다. 수업하기 싫은 아이들이 만든 문구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이들과 장단 맞추느라 35분 수업을 했던 날이다.
12월 28일 방학과 졸업식을 같이한다. 난 지금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 보따리를 들고 이곳을 완전히 떠난다. 애들아 진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