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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Jan 24. 2024

상처가 깊은 우물이 되었다.

첨벙! 뛰어들고 싶은 시간.

우리가 쉽게 하는 말들이 가끔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말이 주는 아픔은 생각보다 깊고 아프다. 농담이라며 '툭'던지는 말이 날카로운 칼보다 더 깊이 심장을 쑤셔대기도 한다. 말이 칼보다 더 날카로울 때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무심히 뱉어냈다. 


며칠 전 대화라고 생각하며 나눴던 수많은 말들이 메아리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줬을 상처를 한꺼번에 돌려받았다. 난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월요일부터 많은 눈과 강추위가 예상되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안전 문자가 쏟아졌다. 반성한다는 이유로 현관문을 나서지 않고 있는 내게 핑계 아닌 핑곗거리를 제공해 줬다. 많은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지만 내가 사는 곳은 조금 내리다 말았다. 거실 창을 통해 내려다본 풍경은 겨울이다. 추위에 온몸을 동그랗게 말고 조심조심 걷는 사람도 드문드문 보인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놀이터가 내 마음처럼 무겁고 쓸쓸하다. 


그 친구도 겉으로 보이지 않은 상처가 깊고 아팠을 건데. 나는 보인 상처에만 집중했다. 60이 넘어도 어른스럽지 못했다. 내 아픔만 보고 상대 아픔엔 눈을 감았던 건 아니었을까. 난 지금 반성이란 깊은 우물에 빠져있다. 허우적대는 내 모습이 보기 싫다. 난 내 몸무게를 이겨낼 단단한 동아줄을 기다리고 있다. 동아줄이 될 친구에게 차마 전화하지 못하고 거울에 이야기하는 중이다. ‘어렵다. 말이란 게. 좋은 사람이란 뭘까? 더 깊이 고민하고 전화할게. 아니면 네가 전화해 줄래?’ 이게 요 며칠 내 모습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사람의 감정 점수는 천차만별임을 꼭 기억하고 살겠다. 사는 동안 즐겁기만 해도 한순간인데 서로 얼굴 붉혀가며 살 이유가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행복한 우물 속으로 풍덩 빠지는 시간만 지속되길 바라며 반성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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